젤렌스키, 개혁파 장관과 알력 총사령관 교체…여론 수용(종합)

페도로우 국방장관 해임에 반발시위 엿새째 격화하자 결단
후임 총사령관에 40대 합동군사령관 드라파티 임명

2025년 1월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에서 미하일로 드라파티 우크라이나군 합동군사령관이 기자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을 해임하고 드라파티를 후임자로 임명한다고 21일 밝혔다. 2025.01.06. ⓒ AFP=뉴스1

(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윤다정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을 전격 교체했다. 개혁 성향의 미하일로 페도로우 전 국방장관 해임에 반대하는 시위가 엿새째 이어지며 반발이 거세지자 시위대의 요구를 일부 받아들인 것이다.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 'RBC-우크라이나'와 '키이우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을 해임하고 후임에 미하일로 드라파티 합동군사령관을 임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텔레그램을 통해 "미하일로 드라파티를 우크라이나군 신임 총사령관으로 임명하기로 결정했다"며 "드라파티, 예우헨니 흐마라 국방장관 권한대행, 파울로 팔리사 대통령실 부실장과 함께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를 어떻게 재편할지 결정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최고군통수권자인 대통령 아래에서 군 전체의 군사작전과 운용을 총괄하는 최고위 현역 군 지휘관이다. 합동군사령관은 총사령관이 배속한 여러 군종의 부대와 전력을 통합해 특정 전선이나 작전을 지휘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시르스키의 복무에 감사를 표하면서 "그는 키이우 방어와 하르키우 반격, 쿠르스크 작전에서 우크라이나가 성과를 내도록 했다"고 평가했다.

드라파티는 임명 발표 뒤 페이스북에 "우크라이나에 복무하는 것은 언제나 내게 영예였으며, 독립을 위한 전쟁 중에는 절대적인 책임을 의미한다"며 "책임감을 갖고 오늘날 우리 국가를 지키는 이들을 존중하는 자세로 일하겠다"고 다짐했다.

드라파티(43)는 해임된 페도로우 전 장관이 총사령관 후보로 추천한 인사다.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존경받는 고위 지휘관 가운데 한 명으로 평가받으며 현연 군인과 참전군인, 시위대 사이에서 시르스키를 대체할 유력 후보로 거론돼왔다.

그는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한 2014년부터 여러 전선에서 부대를 지휘해왔다. 2024년 지상군사령관에 임명됐으나 이듬해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군 훈련장 공격으로 장병들이 숨지자 책임을 지고 사임했고, 이후 합동군사령관에 임명됐다.

드라파티는 시르스키의 중앙집권적 지휘 방식과 달리 하급 지휘관에게 더 많은 재량을 부여하고 의사결정 속도와 군 내부의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페도로우가 국방장관에서 해임된 뒤에도 그의 개혁 노력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며 "군에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총사령관 교체는 수도 키이우와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페도로우 복귀와 시르스키 해임을 요구하는 시위가 엿새째 이어진 뒤 나왔다. 지난 16일부터 계속된 시위에는 시민과 군인, 참전군인, 의원 등이 참여했으며, 한때 키이우에서만 1만명이 넘게 모이는 등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치적 리더십을 위협했다.

페도로우(35)는 첨단기술을 활용한 군 개혁을 추진해온 젊은 개혁파로, 옛 소련식 군 지휘문화를 대표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시르스키(60)와 심각한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페도로우는 이날 드라파티의 임명을 환영하며 "자유와 정의를 위한 자유로운 사람들의 투쟁에 새로운 바람과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페도로우에게 "합당한 지도자급 직책"을 제안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직책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러시아와의 전쟁이 5년째 이어지는 가운데 불거진 이번 군 지휘부 인사 갈등은 대규모 시민 저항으로 번졌으나, 시위대의 핵심 요구였던 시르스키 해임이 받아들여지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cj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