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의 왕' 버넘 英총리 취임…친기업·지방분권 '영국 대수술'

"국민 숨통 틔울 것"…정치경제 쇄신 위한 국내 현안 집중
맨체스터리즘 확대…지역주도 공공 통제·민간 투자 병행

앤디 버넘. 2026.07.17 ⓒ 로이터=뉴스1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영국 집권 노동당의 구원 투수로 나선 앤디 버넘 신임 노동당 대표가 20일(현지시간) 제59대 영국 총리에 취임했다. 그는 '영국인들의 숨통을 틔워주겠다'(give Britain more breathing space)는 기조를 내걸고 대대적인 정치경제 개혁을 약속했다.

버넘 총리는 노동당이 2024년 7월 집권한 지 2년 만에 지방선거 연쇄 참패와 부진한 경제 성적표로 궁지에 몰린 가운데 키어 스타머 전 총리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았다.

'노동당다운' 당 재건…정치 화합으로 극우 견제

그는 6월 말 스타머 전 총리의 자진 사임 이후 압도적 지지 속에 경선 없이 신임 노동당 대표에 올라 총리직을 맡은 만큼 '파벌주의' 극복을 당내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다.

버넘 총리는 지지율에 급급해 극우 성향의 개혁당과 좌파 녹색당을 따라 하기보다는 전통적으로 영국 노동 계층을 대변한 '노동당다운'(distinctively Labour) 정책으로 당을 재건하겠다고 선언했다.

영국 양당 정치를 떠받쳐 온 노동당과 보수당은 2016년 브렉시트(영국의 유렵연합 탈퇴) 국민투표 이후 10년 사이 총리를 7번이나 갈아치우며 국민의 신뢰를 잃은 상황이다. 여론조사 1위인 극우 개혁당은 지방선거판을 잇달아 흔들며 2029년 차기 총선 승리를 노리고 있다.

버넘 총리는 노동당 내분 해소와 동시에 다른 정당들과의 협력을 적극 모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통해 개혁당 주도로 영국에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뉴라이트 움직임을 견제하겠다는 구상이다.

지역 주도 공공 통제 강화·친기업적 재산업화 병행

버넘 총리는 국가를 위한 '10년 계획'을 발표하고 영국 경제 개혁에도 시동을 걸 방침이다. '북부의 왕'(잉글랜드 그레이터 맨체스터 시장 3연임)으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영국 전역에서 '기업 친화적 사회주의'를 추진한다.

버넘 총리의 경제관을 일컫는 '맨체스터리즘'(Manchesterism)은 민간 투자와 개발을 증진하되 지역 정부의 권한을 키워 공공 부문 통제와 지방 분권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런던 빅벤 전경. 2026.07.19 ⓒ AFP=뉴스1

그는 지난주 노동당 신임 대표에 취임하며 주택·수도·에너지·교통 등 필수 기반시설에 대한 지역사회의 통제 강화를 천명한 동시에 재산업화를 위한 친기업 정책과 학문·기술 교육 균등화를 통한 일자리 확대를 강조했다.

또 런던에 인프라가 집중된 잉글랜드에서 총리실 맨체스터 이전 등으로 균등 발전을 추구하고 스코틀랜드, 웨일스, 그리고 북아일랜드까지 포용할 수 있는 중앙 정부를 꾸리겠다고 약속했다.

외교 노선 유지하되 국내 현안 우선…트럼프와는 글쎄

브렉시트 이후 서먹해진 EU와도 관계를 복원한다. 버넘 총리는 브렉시트가 영국 사회경제 전반에 부정적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하며, EU와의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버넘 총리는 다만 브렉시트 논쟁으로 또다시 여론 분열을 조장하기보다는 산적한 국내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며 EU 재가입 논의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대외 문제를 놓고는 스타머 전 총리의 노선을 계속 이어갈 전망이다. 다만 우크라이나 지원과 미국·이란 전쟁 뒷수습에 적극적이던 스타머와 달리 버넘은 영국 국내 현안에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관계는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버넘 총리는 미국 정치 양극화와 분열을 비판해 왔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그를 '극도로 진보적'이라며 "우리는 아마 성향이 다를 것 같다"고 평가했다.

ez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