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우크라서 대규모 항의시위…"개혁파 국방장관 해임에 반발"
드론·디지털 개혁 이끈 페도로우 경질이 발단…젤렌스키 정치적 위기
- 유철종 전문위원
(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 전시 상황인 우크라이나에서 이례적으로 미하일로 페도로우 전 국방장관의 해임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인기 높은 개혁파 인사인 페도로우를 취임 6개월 만에 경질하자, 이같은 결정이 알려진 16일(현지시간)부터 수도 키이우를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는 17일에도 이어졌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키이우에 수천 명이 모였다고 전했으며, 현지 매체는 참가자가 1만명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시위대는 페도로우의 재임명과 그와 갈등을 빚은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의 해임을 요구하고 있다. 토요일인 18일에도 추가 집회가 예고됐다.
페도로우 해임 사태는 첨단기술을 활용한 군 개혁을 추진해 온 젊은 개혁파와 시르스키가 대표하는 전통적 군 지휘부의 갈등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며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을 안기고 있다.
2019년 젤렌스키의 대선 승리를 도운 뒤 28세로 최연소 장관 기록을 세우며 입각한 페도로우(35)는 디지털전환부 장관으로 국가 행정의 디지털화를 주도했다. 그는 행정 애플리케이션 '디이아'(Diia)를 도입해 자동차 등록과 혼인·이혼 신고 등 각종 행정 업무를 스마트폰으로 처리할 수 있게 했다.
2022년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에는 미국 위성통신기업 스페이스X 창업자 일론 머스크에게 우크라이나에서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을 가동해 달라고 공개 요청했다. 현재 우크라이나군은 수만 대의 스타링크 단말기를 전장 통신에 활용하고 있다.
페도로우는 전쟁 초기부터 '드론 군대' 구축을 주장하며 드론 조달과 운용 확대를 추진했다. 디지털전환부는 러시아군 병력과 장비를 타격한 영상을 제출한 부대에 점수를 부여하고, 이를 드론 등 무기 구매에 활용하도록 하는 제도도 도입했다.
지지자들은 그가 드론 구매를 늘리고 러시아군의 스타링크 무단 사용을 차단해 최근 우크라이나군의 전과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올해 1월 국방장관에 취임한 페도로우가 국방부와 군 개혁을 추진하면서 시르스키 총사령관과의 갈등이 심화됐다.
페도로우는 해임된 뒤 시르스키가 자신의 개혁안을 막고 업무를 방해했다고 공개 비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국방부와 군 지도부 사이에 "더 큰 단결이 필요했다"며 갈등이 인사 결정의 배경이 됐음을 시사했다.
두 사람은 군 운영 방식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페도로우가 드론과 데이터에 기반한 군 현대화를 강조한 반면, 소련군에서 교육받은 시르스키는 중앙집권적 지휘 방식을 선호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페도로우는 약 100만명 규모의 우크라이나군에 적용되는 복무계약 제도 개편과 보병 급여 인상도 추진했다. 전쟁 초기에 입대한 군인 상당수는 명확한 전역 시점 없이 장기간 복무하고 있으며, 심각한 부상이나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군을 떠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는 일정한 복무기간을 정한 새 계약제를 도입해 병력 부족 문제를 완화하려 했지만, 기존 장기 복무자들은 신규 입대자에게 더 유리한 혜택이 돌아간다며 반발했다. 부패와 비리를 근절하고 공정한 동원제도를 마련하겠다는 약속도 뚜렷한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결국 젤렌스키 대통령은 페도로우를 경질하고 시르스키를 유임시키는키는 선택을 했다. 이에 페도로우를 지지하는 일부 의원과 군 관계자, 시민들이 군 개혁의 후퇴를 우려하며 거리로 나섰다.
시위를 주도하는 참전군인 드미트로 코자틴스키는 "시르스키 총사령관은 자신의 행동을 통해 오랫동안 소련 시대의 유물이라는 점을 보여줬다"며 "그는 해임돼 퇴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현대적인 군대이지, 민간인을 위협하고 눈 밖에 난 군인들을 탄압하는 데 이용되는 사단 규모의 '고기 분쇄기식 돌격연대'가 아니다"고 말했다.
cjyo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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