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조력 사망 허용 법안 통과…불치병 환자에 '죽을 권리' 인정
'조력 존엄사' 합법화 하원 통과…마크롱 "대선 공약 이행"
여론 84% 찬성…가톨릭계·보수 진영은 "취약층 압박" 반발
- 이정환 기자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프랑스 의회가 불치병을 앓는 성인에게 '조력 존엄사'(조력 사망)를 허용하는 법안을 15일(현지시간) 가결 처리했다.
AFP·로이터통신, 르몽드 등에 따르면 프랑스 하원은 이날 찬성 291표, 반대 241표로 조력 사망에 대한 법적 권리를 부여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좌파 성향 의원들과 중도 성향 범여권 의원들은 대부분 찬성표를 던졌고, 우파 성향 의원들은 대체로 반대에 투표했다.
야엘 브론피베 하원의장은 법안 통과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공화국을 위한 위대한 법안이며, 우리 시민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법안"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공화당 소속 쥐스탱 그뤼에 의원은 "의회가 인간의 생명을 법적으로 끝낼 수 있다고 결정한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라며 "역사가 우리를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서 프랑스는 독일, 스페인,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과 함께 안락사 권리를 인정하는 유럽 국가 대열에 합류했다.
이번 법안은 엄격한 요건 하에 성인 불치병 환자에게 치사량의 약물을 투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적용 대상은 프랑스 국민 또는 합법적 거주자로 한정했다.
조력사가 허용되는 환자는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하고 치료 불가능한 질환"에 걸린 상태여야 하며, 견디기 힘든 지속적인 신체·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어야 한다. 또 조력사를 신청하기 위해선 "자유롭고 충분한 정보에 기반을 둔" 의사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의사가 조력사 결정을 내리면 환자는 스스로 치사 약물을 투여해야 하며,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다. 신체적으로 자가 투여가 불가능해 보건·의료 종사자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경우는 예외로 인정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X를 통해 "지난 2022년 프랑스 국민과 함께 이 길을 개척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진지함과 겸손함, 민주주의에 대한 전적인 존중을 바탕으로 그 약속을 이행했다"고 밝혔다.
조력 사망은 마크롱 대통령의 2022년 재선 도전 당시 공약 중 하나다. 마크롱 정부는 2024년 관련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지만, 상원에서 최종안이 3차례나 부결되는 진통을 겪었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헌법에 따라 하원에 최종 결정권을 부여하기로 결정했다.
프랑스에서 조력 사망에 대한 대중적 지지는 매우 높다. 지난 2월 발표된 프랑스여론연구소(Ifop)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4%가 조력 사망 법안에 찬성했다.
그러나 종교 지도자와 일부 의료 종사자들은 조력 사망이 '윤리적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며 반대한다. 이들은 조력 사망 합법화가 완화 치료를 지속하기 어려운 사회적 취약계층에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보수 정치권의 반발 역시 거세다. 공화당 소속 대권 주자 브뤼노 르타이요 전 내무장관은 이날 오후 BFM TV에 출연해 자신이 내년 대선에서 당선될 경우 이 사안에 대해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는 반대 여론을 감안해 법안 가결시 헌법재판소 격인 헌법위원회에 위헌 심판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jw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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