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소 쓰러지고 몽블랑도 녹는다…해발 1500m도 30도 넘긴 이탈리아

알프스 빙하는 녹아내려…800년 전통 명품 치즈 뿌리 째 흔들
치즈 은행은 '전기료 폭탄'…'우리가 마지막 세대 될 수도' 절규

이탈리아 메데사노의 한 낙농가에서 7일(현지시간) 폭염을 겪는 젖소들의 열을 식혀주기 위한 물뿌리개 장치가 가동되고 있다. 2026.7.7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아프리카에서 발원한 거대한 고기압이 지중해를 뜨겁게 달구면서 이탈리아반도 전체가 가마솥처럼 끓어오르고 있다.

남부 섬 일부 지역의 낮 기온은 13일(현지시간) 45도까지 치솟았고, 서늘함을 유지해야 할 해발 1500m 고지대마저 30도 무더위에 휩싸였다.

현지 기상 전문매체 일메테오에 따르면 사르데냐에서는 해발 1500m 고산 지대 기온이 30도를 돌파하는 전례 없는 현상이 관측됐다.

기온이 0도가 되는 '빙점 고도' 또한 5000m 상공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측됐다. 알프스 최고봉인 몽블랑(4807m) 정상의 눈과 얼음마저 녹아내릴 수 있다는 뜻이다.

로이터통신은 살인적인 무더위가 이탈리아의 자랑인 800년 전통의 명품 치즈 산업과 알프스 빙하를 동시에 위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폭염은 이탈리아 북부 에밀리아로마냐주 등 5개 지역에서만 생산되는 명품 치즈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의 심장부를 강타했다.섭씨 40도를 웃도는 더위에 지친 젖소들이 사료 섭취를 거부하고 쓰러지면서 우유 생산량은 최대 10%까지 급감했다.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컨소시엄의 니콜라 베르티넬리 회장은 "극심한 더위는 우유의 양과 질 모두에 영향을 미친다"고 토로했다.

설상가상으로 엄격한 전통 규정 때문에 상황이 더 악화하고 있다.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를 생산하는 젖소는 반드시 해당 지역에서 자란 풀과 건초만을 먹어야 하지만 전례 없는 고지대 가뭄과 폭염으로 목초지가 바싹 마르면서 사료 수급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더위가 식지 않는 밤이 계속되면서 농가와 유통업계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여름밤 축사 창문을 여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지만, 이제는 대형 선풍기와 미스트 분사 시스템을 24시간 가동해야 한다.

최소 12개월 이상 치즈를 숙성시키는 일명 '파르미지아노 은행'으로 불리는 MGT 창고 또한 비상이 걸렸다. 잔카를로 라바네티 MGT 이사는 "폭염이 절정에 달했을 때 일일 에너지 소비량이 약 30% 급증했다"고 밝혔다.

현지 식품업계 관계자는 로이터에 "이러한 극단적인 고온 현상이 장기화하면 우유의 양과 질은 통제 불가능해질 것"이라며 "800년 넘게 이어져 온 치즈이지만, 우리가 이 맛을 보는 마지막 세대가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번 폭염은 주 후반으로 갈수록 시칠리아와 사르데냐 등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더욱 심해져 낮 최고기온이 42~45도에 달하고, 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초열대야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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