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집 불만 우크라 수백명, 군·경과 충돌…"동원체제 위기 노출"

"병무기관 차량 뒤집고 격렬 시위"…장기전에 병력 부족 심각

도네츠크의 비밀 장소에서 훈련 중인 우크라이나 군인들. 2025.05.01 ⓒ AFP=뉴스1

(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에서 지역병무센터(TCC) 직원의 동원 대상자 서류 검사를 둘러싸고 주민 약 200명이 병무 담당 군인·경찰과 충돌했다고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 인디펜던트'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이번 사건이 장기간 누적돼온 우크라이나의 병력 동원 위기와 동원체계에 대한 사회적 불신을 드러낸 사례라고 평가했다.

사건은 지난 8일 밤 TCC 관계자들이 르비우 거리에서 30세 남성을 멈춰 세우고 군 등록 서류를 확인하면서 시작됐다. TCC는 이 남성이 동원 대상자로 지정됐지만 징집 등록 규정을 위반한 상태임을 확인하고, 연행한 뒤 입대 신체검사를 받도록 조치했다.

이 과정에서 주변 주민들이 항의하기 시작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시위 군중은 약 200명까지 불어났다.

온라인에 공개된 영상에는 10대 후반이나 20대로 보이는 청년들을 포함한 군중이 검은색 TCC 차량을 에워싸고 "수치스럽다"고 외친 뒤 차량을 뒤집는 모습이 담겼다. 남성 2명은 차량 위에 올라가 유리창을 부쉈고, 주변 사람들은 환호하거나 현장을 촬영했다.

또 다른 영상에는 TCC 소속 군인이 군중에게 떠밀린 뒤 군복을 벗으라는 압박을 받는 모습이 담겼다. 군인이 이를 거부하자 일부 시위대가 군복을 강제로 벗기려 한 정황도 포착됐다.

충돌 종료 뒤 우크라이나 경찰과 보안국(SBU)은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과정에서 현장에서 질서를 유지하던 르비우 지역 경찰 간부가 공격받아 머리를 다치는 등 여러 부상을 입은 사실이 확인됐다. SBU는 군용 차량을 가로막고 훼손한 혐의로 르비우에 거주하는 23세 남성을 체포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번 상황은 매우 나쁘고, 군복을 입은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 역시 매우 나쁘다"며 "이래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이번 사건이 수년간 전선에서 복무해온 군인들과 동원체계에 반감을 느끼는 민간사회 사이의 간극을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의 전면 침공이 5년째 이어지면서 우크라이나는 심각한 병력 부족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장기전으로 군 병력의 사상과 피로가 누적된 데다, 일부 동원 대상자가 징집을 피해 국외로 빠져나가거나 병무 당국 관계자에게 뇌물을 건네고 병역을 회피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5~59세 남성을 대상으로 한 의무 동원과 복무 종료 시점이 명확하지 않은 현행 제도를 둘러싼 불만도 쌓여왔다.

우크라이나안보클럽의 유리 혼차렌코 회장은 이번 충돌이 동원 문제가 정치·사회적 갈등을 넘어 안보 위협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 신호라고 지적했다.

그는 "당국이 대응하지 않는다면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이번 일은 국가가 이런 사태에 대응할 능력이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이라고 말했다.

혼차렌코 회장은 책임자 처벌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병무 기관과 동원체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j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