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폴란드 정상, 역사 갈등 뒤 첫 회동…"러시아 공동 대응"
UPA 명예 칭호 갈등 후 첫 대면…역사 문제는 입장차
"공동 위협은 러시아"…대화 지속·협력 필요성 확인
- 유철종 전문위원
(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군 부대 명칭을 둘러싼 과거사 갈등 이후 처음으로 회동했다. 양국은 역사 문제를 둘러싼 이견을 확인했지만 러시아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다.
러시아 독립매체 메두자는 9일(현지시간) 두 정상이 지난 7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열린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약 1시간 동안 만났다고 보도했다.
양국은 지난 5월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군 특수작전군 산하 부대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폴란드인 학살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우크라이나 반란군'(UPA)의 이름을 딴 'UPA의 영웅들' 명예 칭호를 부여하면서 갈등을 빚어왔다.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회동 뒤 "이번 만남에서 역사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다"며 "물론 우리가 이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폴란드와 유럽 전체는 12만 명의 폴란드인 사망에 책임이 있는 UPA 전투원들의 유산을 기리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폴란드와 우크라이나가 이웃 국가이자 러시아라는 공동의 적을 둔 만큼, 양국 간 이견에도 대화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며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에게는 하나의 공동 위협이 있다. 바로 러시아다. 상호 이해와 지지를 유지하고 함께 행동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우리 두 나라에는 강한 관계만이 필요하다. 대화를 계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5월 우크라이나군 특수작전군 산하 특수작전센터에 "영토를 지키는 데 큰 전공을 세웠다"며 'UPA의 영웅들'이라는 명예 칭호를 부여해 폴란드 측의 강한 반발을 샀다.
UPA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에 맞서 싸운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무장조직으로, 우크라이나에서는 반소 독립투쟁 세력으로 영웅시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폴란드에서는 1943∼1945년 당시 폴란드 동부 지역이자 현재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인 볼히니아(우크라이나명 볼린)와 갈리치아(우크라이나명 할리치나) 지역에서 폴란드계 주민 10만 명 이상을 학살한 조직으로 받아들여진다.
'UPA의 영웅들' 칭호 문제로 폴란드 내 논란이 커지자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2023년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수여됐던 폴란드 최고 훈장인 '백수리 훈장'을 박탈하기로 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훈장을 폴란드로 돌려보냈고, 다른 전직 우크라이나 대통령들도 같은 훈장을 자진 반납하며 항의했다.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아크카미시 폴란드 국방장관은 지난달 말 과거사 갈등을 언급하며 우크라이나가 UPA나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 조직'(OUN) 같은 단체를 기리는 경우 유럽연합(EU) 가입 과정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U 회원국인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의 가입 협상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OUN은 1929년 결성된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조직으로 독립국가 건설을 내세웠지만, 제2차 세계대전기 나치 협력과 폴란드인 학살 연루 문제로 UPA와 함께 논란이 큰 단체다.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정상의 이번 앙카라 회동에서도 양측은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다. 다만 러시아라는 공동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대화를 이어가기로 하면서 협력 필요성은 다시 확인했다.
cjyo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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