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심사대란' 업계 호소에도…EU, 새 출입국시스템 고수
생체정보 등록 필요해 보안검색에 수시간 걸려
항공업계 "감당 못할 혼란…여름 성수기 어쩌라고"
- 이정환 기자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유럽연합(EU)이 현장 혼란을 이유로 새 출입국시스템(Entry/Exit System·EES) 적용을 유예해 달라는 항공업계의 요청을 거부했다고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도입되기 시작한 EES는 솅겐 협정 가입국에 입국하는 여행객이 공항에서 얼굴 사진, 지문 등 생체정보를 등록하고, 출국 시 신원 확인을 요구하는 제도다. 무비자 관광으로 입국하는 여행자도 대상에 포함된다.
EES가 전면 도입된 지난 4월 유럽의 공항과 항공사들은 보안 검색대 통과에 몇 시간이 걸릴 정도로 대기 줄이 길어지는 등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며, 여행 성수기가 시작되는 올여름 문제가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해 왔다.
이에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등 항공업계 단체들은 지난 1일 EU에 긴급 서한을 보내 올여름 EES 의무화 조치를 일시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들 단체는 일부 항공편은 승객을 남겨두고 출발해야 할 정도로 대기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며, 새로운 시스템이 항공사들에 "감당할 수 없는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또한 EES가 "유럽의 명성·관광·연결성을 훼손하고 있다"며 "유럽 교통망의 원활한 기능을 유지하면서 효율적인 국경 통과를 촉진한다는 핵심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국경 통제가 강화될 때까지 EES를 일시 중단하고 기존 여권 스탬프 방식으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날(7일) EU 집행위원회는 항공업계와의 회의에서 EES의 보안상 이점이 불편함보다 크다며 요청을 공식 거부했다.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EES가 "적법한 비(非)EU 여행객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EU 시민을 더 안전하게 만든다"고 밝혔다. 또한 EES가 이미 1억 1000만 건의 여행을 등록했으며 4만 5000명의 방문을 거부했다고 강조했다.
대변인에 따르면 현행 규정상 EES는 부분 중단만 가능하며, 공항은 한 번에 최대 6시간 동안 생체 정보 수집을 생략할 수 있지만 여행객 정보는 계속 등록해야 한다.
이미 일부 유럽 지역에서는 EES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검사를 일시 중단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그리스는 여름철 혼란을 막기 위해 영국인 여행객에 대한 생체 인식 검사를 오는 9월까지 유예했다. 프랑스 경찰은 지난 5월 영국으로 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도버항에서 추가 국경검사를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로마 일대 주요 공항들의 운영을 맡는 '아에로포르티 디 로마' 대변인은 공항들이 이미 올여름 거의 매일 생체 정보 수집을 일시 중단하고 있다고 NYT에 전했다.
EES가 여름철 성수기에 대비되지 않았다는 우려는 항공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유럽의 대표적인 저가항공사 라이언에어의 닐 맥마흔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성명을 통해 "승객들이 올여름 공항에서 긴 줄, 비행기 탑승 불이행,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유발할 미완성 여권 심사시스템을 위한 실험용 쥐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jw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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