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회의 승자 튀르키예"…트럼프 붙들어 美제재 딛고 F-35 접근
나토 위기 속 '방산 강국' 급부상…'유럽 재무장' 주요 협력국으로
트럼프 친분에 나토 내 위상 확대…F-35 구매 승인 가능성
- 이정환 기자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주최한 튀르키예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분을 바탕으로 외교적 승리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통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차 튀르키예 앙카라를 방문해 에르도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의 유럽 회원국들을 맹비난하는 와중에도 에르도안 대통령을 "친구"라고 부르며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는 정상회담장에서 "우리는 처음부터 서로 잘 맞았다"며 "우리가 맺고 있는 관계 덕분에 모든 일이 매우 잘 진행됐다"고 말했다. 또한 튀르키예가 "훌륭한 동맹"이라며 "여러 면에서 우리가 충성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했던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더 충성스러웠다"고 치켜세웠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튀르키예는 '나토의 골칫덩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서방 국가들과 냉랭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유럽은 튀르키예의 인권 상황과 관련해 에르도안과 갈등을 빚어 왔다. 2018년에는 튀르키예가 나토 정상회의 개최를 추진했지만, 독일 등 일부 회원국들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됐다.
미국 역시 트럼프 1기 시절이었던 2019년 튀르키예가 러시아에서 S-400 방공 시스템을 구매하자, 스텔스 전투기 F-35 개발 사업에서 공동 개발국이었던 튀르키예를 배제하고 제재를 가했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중시하던 조 바이든 전 행정부도 에르도안의 정적 탄압을 문제 삼으며 불편한 관계를 이어 왔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유럽의 재무장 필요성이 높아진 데다, 재집권한 트럼프가 유럽 방위에서 미국의 역할을 축소하겠다고 공언하면서 '방위 산업 강국' 튀르키예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튀르키예는 나토에서 두 번째로 큰 육군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수출액 100억 달러(약 15조 원)를 기록할 정도로 탄탄한 방위 산업을 자랑한다. 방산 기업 바이카르(Baykar)의 드론 무기는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돼 실전 경험을 쌓기도 했다.
오랫동안 이어졌던 평화기를 벗어나 급히 재무장을 추진하는 유럽 국가들은 방위산업 분야에서 튀르키예와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정상회의를 앞두고 '위협에 직면한 나토가 튀르키예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했다'는 기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트럼프의 동맹 무시만큼 나토 내 튀르키예의 가치 재평가를 강력하게 견인한 것은 없다"고 보도했다.
트럼프와 에르도안의 긴밀한 관계도 나토에서 튀르키예의 몸값이 뛰어오른 배경 중 하나다. 트럼프는 이날 회담에서 유럽을 비판하며 "에르도안의 초청이 없었다면 이번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폴리티코는 나토 외교관들이 트럼프의 돌출 발언과 동맹 모욕을 막아줄 방파제 역할을 에르도안에게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에르도안은 튀르키예의 높아진 위상을 지렛대로 삼아 실질적인 외교 성과를 챙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트럼프는 이날 튀르키예의 S-400 보유에 대한 우려를 일축하며 "튀르키예와 관련된 그 어떤 일에 대해서도 우려하지 않는다. 현재 관계는 아마도 역대 최고라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F-35 판매와 관련해서도 "우리는 매우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 많은 사람이 '왜 그렇게 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할 것"이라며 승인 가능성을 언급했다.
에르도안 역시 8일 정상회의 폐막 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와 조선업 등 국방·경제 분야에서의 협력에 대해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에르도안은 또한 튀르키예의 자체 개발 전투기 'KAAN'에 미국제 F110 제트 엔진을 판매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트럼프가 지지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이 장비는 2020년 미 의회가 부과한 제재로 도입이 계속 지연돼 왔다.
튀르키예의 급부상으로 에르도안의 국내 정책을 '인권 침해'라고 규탄해 오던 서방 국가들의 비판도 잦아들었다.
나토 정상회의에 앞서 튀르키예 당국은 공연 중 에르도안을 '독재자'라고 부른 유명 코미디언을 체포했다. 이스탄불, 앙카라 등 주요 도시에서는 시위가 전면 금지됐지만,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회의 기간 찾아보기 어려웠다.
존 R 바스 전 주튀르키예 미국 대사는 "유럽인들에게 문 앞에 닥친 늑대는 튀르키예의 민주주의 상태가 아니다"라며 "유럽 정부들은 민주적 관행과 규범 침식에 집중할 여력이 부족하다"고 NYT에 전했다.
jw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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