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서방 몰도바 총리 사임…대통령 친척 특혜 의혹에 집권당 궁지

"내각도 총사퇴 수순"…EU 가입 추진 산두 대통령에 부담 가중

사임 발표한 알렉산드루 문테아누 몰도바 총리. 타스 통신 사진 자료 갈무리 ⓒ 뉴스1

(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 동유럽 소국 몰도바의 알렉산드루 문테아누 총리가 3일(현지시간) 사임을 발표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문테아누 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에 "더 나은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큰 책임감과 확고한 믿음으로 총리직 제안을 수락했었다"며 "내가 지켜온 원칙과 신념에 따라 더 이상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물러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사임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문테아누 총리는 2025년 11월 공시 취임해 국정을 이끌어 왔다. 그는 친서방 성향의 마이아 산두 대통령과 집권 '행동과연대당'(PAS)이 발탁한 기술관료형 총리로, 몰도바의 유럽연합(EU) 가입과 경제 개혁 과제를 추진해 왔다.

문테아누 총리의 사임으로 내각도 총사퇴 수순을 밟게 됐다. 로이터 통신은 산두 대통령이 의회 교섭단체들과 협의한 뒤 후임 총리 후보를 지명하게 된다고 전했다.

몰도바는 대통령이 외교·안보 분야를 주로 책임지고, 내각을 이끄는 총리가 일상적인 국정 운영을 맡는 의회중심제 국가다.

문테아누 사임은 산두 대통령 친척들의 공공기관 채용·보수 특혜 의혹과 국영기업 관리 부실 논란 등으로 산두 대통령과 친(親)EU 집권당 PAS에 정치적 부담이 커진 가운데 나왔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산두 대통령의 사촌 한 명은 몰도바 항공교통서비스 기관 '몰드ATSA'의 대변인으로 일하면서 실제로 출근하지 않은 채 매달 6800달러(약 1000만원)를 받아왔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또 산두 대통령의 다른 사촌 한 명도 공개경쟁 절차 없이 집권 PAS당 대표의 비서실장을 맡았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몰도바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수급 불안과 고물가, 친러시아 성향 분리지역 트란스니스트리아 문제, EU 가입을 위한 사법·행정 개혁 부담 등이 겹치며 정치적 긴장이 높아진 상태였다.

지난 3월 말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반시설 공격 여파로 몰도바 전력 수입의 핵심 경로인 이사크차-불카네슈티 송전선이 손상되면서 몰도바 정부가 60일간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야권은 정부의 에너지 비상사태 선포를 두고 "불필요하고 정치적인 조치"라고 비판해 왔다.

우크라이나와 루마니아 사이에 위치한 몰도바는 인구 약 260만 명의 옛 소련권 국가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에 편입됐다가 1991년 8월 독립했지만, 러시아의 지속적인 영향력 행사와 내부 친러·친서방 세력 간 대립으로 정국 불안이 이어져 왔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는 몰도바가 러시아의 다음 침공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계속 제기돼 왔다.

친서방 성향의 산두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전 발발 이후 우크라이나와 함께 EU 가입을 신청했으며, 현재 EU 가입 협상이 진행 중이다.

cj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