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폴란드 과거사 분쟁에 군사협력 차질…"미그기 인도 지연"

폴란드 "우크라, EU 가입 어려울 것"…'학살 논란' 무장조직 재소환이 발단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앞)과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 2026.05.29.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 '과거사 문제'로 불거진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간 불화가 양국 협력 관계에 계속 그림자를 드리우며 좀처럼 수습되지 않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시기 활동한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단체의 정체성을 둘러싼 양국의 역사 인식 차이가 군사협력은 물론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 지지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아크카미시 폴란드 국방장관은 29일(현지시간) 폴란드 민영 뉴스채널 '폴사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에 미그(MiG) 전투기를 추가로 이전하지 않은 것은 키이우 정부가 그 대가로 약속한 드론 기술을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매우 공정하고 동반자적이라고 생각하는 접근법을 제안했다. 미그기를 드론과 맞교환하자는 것이었다"면서 "우크라이나 측은 처음에는 이 접근법을 받아들였지만 이행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크라이나에 넘길 미그기는 없다. 폴란드에 제공될 드론이나 드론 역량도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폴란드 정부는 지난 1월, 옛 소련제 전투기를 미국산 F-16과 F-35 전투기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에 최대 9대의 미그-29 전투기를 이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폴란드가 약속한 미그 전투기의 우크라이나 이전은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폴란드 당국자들은 이달 초 우크라이나 군사기술의 폴란드 이전을 둘러싼 협상이 아직 타결되지 않아 전투기 이전이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폴란드는 앞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약 1년이 지난 2023년 봄 우크라이나에 미그-29 전투기 14대를 이전했다. 이는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외국이 우크라이나에 전투기를 제공한 첫 사례였다.

코시니아크카미시 장관의 이날 발언은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간 드론 기술 협력에도 그림자를 드리운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지난 4월 우크라이나가 폴란드군의 현대적 드론 전력 구축을 돕기 위해 자국의 전문성을 공유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코시니아크카미시 장관은 이날 "우크라이나가 드론 기술 공유에 동의했지만 이후 그 합의에서 물러났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는 아직 코시니아크카미시 장관의 주장에 대해 논평하지 않았다.

양국 간 군사협력 차질은 우크라이나가 최근 제2차 세계대전 시기 폴란드인을 대량학살한 '우크라이나 반군'(UPA) 명칭을 자국 군부대에 명예 칭호로 부여한 일을 계기로 두 나라 관계에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나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우크라이나군 특수작전군 산하 특수작전센터에 "영토를 지키는 데 큰 전공을 세웠다"며 'UPA의 영웅들'이라는 명예 칭호를 부여해 폴란드 측의 강한 반발을 샀다.

UPA는 2차 대전 당시 소련에 맞서 싸운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무장 조직으로 우크라이나에선 반소(反蘇) 독립투쟁 세력으로 영웅시하지만, 폴란드에서는 자국민 약 10만명을 학살한 극단주의 조직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UPA의 영웅들' 칭호 문제로 폴란드 내 논란이 커지자,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은 2023년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수여됐던 폴란드 최고 훈장 '백수리 훈장' 박탈을 결정했고, 이에 젤렌스키와 다른 역대 우크라이나 대통령들은 훈장을 자진 반납하며 응수했다.

코시니아크카미시 장관은 이날 과거사 분쟁에 대해 재차 언급하며, 우크라이나가 UPA나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 조직'(OUN)과 같은 단체를 기리는 경우 EU 가입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U 회원국인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의 가입 협상에 제동을 걸 수도 있다는 경고였다.

그는 OUN의 급진 분파인 'OUN-B'의 창립자 스테판 반데라를 거론하며 "반데라와 함께라면 우크라이나는 EU에 가입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cj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