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탈레반과 브뤼셀서 첫 회동…인권단체 "정당화 우려"

EU "망명 기각 아프간인 송환 위한 기술협의"…15개 회원국 참석

탈레반 깃발. <자료사진> 2025.10.01.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유럽연합(EU)이 사상 처음으로 벨기에 브뤼셀에서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대표단과 회동했다. 이에 대해 EU는 망명 신청이 기각된 아프간인 송환 문제를 다루기 위한 실무 협의라고 설명했지만, 인권 단체와 일부 유럽 정치권에선 "탈레반을 정당화하는 신호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탈레반 대표단은 이날 브뤼셀에서 EU 당국자들과 만났다. 탈레반이 20년간 전쟁 끝에 2021년 다시 아프간을 장악한 후 EU가 브뤼셀에서 탈레반 대표단을 맞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측은 지난 1월엔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만났었다.

EU와 회원국들은 공식적으론 탈레반 정권을 승인하지 않은 상태다. 다만 EU는 "아프간의 '사실상 당국'과 제한적 대화를 하는 것은 범죄를 저질렀거나 위험하다고 판단된 망명 기각자 송환을 위해 필요하다"고 이번 회동 배경을 설명했다.

이를 위해 벨기에 외무부는 아프간 대표단에 하루 동안만 입국할 수 있는 비자를 발급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해당 비자는 아프간 대표단의 체류 범위를 벨기에 영토로 제한했으며, 다른 솅겐 지역으로의 이동은 허가하지 않았다.

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회동엔 집행위와 15개 EU 회원국 당국자들이 참석했다. 집행위는 "집행위 실무진과 스웨덴이 브뤼셀에서 아프간 '사실상 당국'의 송환·재입국 수용 담당 실무 대표들과 기술급 회의를 공동 주재했다"고 전했다.

반면 아프간 외무부은 이번 회동에서 EU 내 아프간 영사 주재 가능성, 현지 아프간인을 위한 영사 서비스 재개, 신뢰 구축 조치 필요성 등도 논의됐다고 밝혔다. 압둘 카하르 발키 아프간 외무부 대변인은 이번 회동이 "해외 거주 아프간인의 영사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긍정적 동력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줬다고도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인권 단체와 일부 유럽 정치인들은 "EU와 탈레반의 공식 접촉이 아프간인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EU의 핵심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며 반발했다.

독일 녹색당 소속 한나 노이만 유럽의회 의원은 다른 독일 의원 및 전직 아프간 의원들과 함께한 "모든 초청, 모든 비자, 모든 공식 회의는 정치적 신호를 보낸다"며 "탈레반은 기술적 논의를 원하는 게 아니라 정당성을 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탈레반은 재집권 이후 여성의 이동 자유를 제한하고, 여학생의 초등교육 이후 교육을 금지했으며, 표현의 자유와 고용 접근을 제약하는 도덕법을 시행하는 등 인권 탄압을 강화해 왔다.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