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대통령, '우크라 재건회의' 초청 배제…과거사 갈등 여파

"우크라 민족주의 무장조직 논란이 발단"…폴란드 국내정치와도 얽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23년 6월 2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우크라이나재건회의 개막식에서 화상으로 연설하고 있다. 2023.06.21 ⓒ 뉴스1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 폴란드의 카롤 나브로츠키 대통령이 이번 주 폴란드와 우크라이나가 공동 주최하는 '우크라이나 재건회의'에 초청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격화한 폴란드·우크라이나 간 '과거사 분쟁' 그리고 나브로츠키 대통령과 도날트 투스크 총리 간 정치적 알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일간 '키이우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오는 25~26일 폴란드 북부 도시 그단스크에서 열리는 우크라이나 재건회의에 초청받지 못했다.

마르친 프시다치 폴란드 대통령실 고위보좌관은 브리핑에서 "대통령은 초청받지 못했으며, 투스크 총리가 초청하지 않은 행사에는 가지 않을 것"이라면서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들도 아무도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회의에서 투스크 총리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우크라이나 대통령)를 위해 돈을 모으는 데만 집중하기보다 폴란드의 이익에 초점을 맞추기를 바란다"며 뼈 있는 말을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재건회의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경제적 지원과 투자를 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국제회의로, 주최국인 폴란드와 우크라이나는 물론 서방 주요국, 유럽연합(EU), 국제기구, 민간기업 대표들이 참석한다.

이번 회의는 과거사 문제를 둘러싸고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관계가 급격히 냉각된 가운데 열린다.

양국의 과거사 분쟁은 앞서 지난달 26일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군 특수작전군 산하 특수작전센터에 '영토를 지키는 데 큰 전공을 세웠다'며 'UPA의 영웅들'이라는 명예 칭호를 부여하면서 불거졌다.

UPA는 2차 대전 당시 소련에 맞서 싸운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무장 조직이지만, 폴란드에서는 자국민을 대량 학살한 극단주의 조직으로 받아들여진다.

UPA 부대는 1943~45년 우크라이나 독립을 목표로 나치 독일에 협력하면서 당시 폴란드 동부 지역이자 현재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인 볼히니아(우크라이나명 볼린)와 갈리치아(할리치나) 지역의 폴란드계 주민 약 10만명을 학살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UPA의 명칭을 젤렌스키 대통령이 자국 부대 칭호로 부여하면서 폴란드인들의 민족감정이 들끓기 시작한 것이다.

논란 와중에 보수·민족주의 성향의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수여했던 폴란드 최고 훈장인 백수리 훈장을 박탈했고,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물론 역대 우크라이나 대통령들이 줄지어 폴란드 훈장을 자진 반납하겠다고 나서면서 분쟁이 일파만파로 번졌다.

양국의 과거사 분쟁은 폴란드 국내 정치와도 얽혀 한층 복잡해졌다.

민족주의 성향의 나브로츠키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강경 대응을 주장한 반면, 그의 정치적 경쟁자인 친EU·중도 성향의 투스크 총리는 양국 간 갈등을 "전략적 실수"라고 규정하며 긴장 완화를 촉구했다.

당초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역사적 기억·민족주의 정서·우파 지지층 결집을 중시해온 반면, 투스크 총리는 우크라이나와의 전략적 협력·유럽 지향 노선·러시아 견제를 우선시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재건회의를 실무적으로 주도하는 투스크 총리가 과거사 분쟁과 관련한 우크라이나 측 입장과 키이우 지원이 최우선 의제인 회의 성격 등을 고려해 나브로츠키 대통령을 초청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드미트로 리트빈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이날 기자들에게 "폴란드 도시에서 열리는 행사에 폴란드 대통령을 우리가 초청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이는 폴란드 내부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cj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