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는 '테러단체'라더니…러 법원, 탈레반 비방 자국민에 벌금형
'민족 간 증오 조장' 유죄 판결…러·탈레반 공식관계 급진전 반영
- 유철종 전문위원
(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 탈레반이 집권 중인 아프가니스탄과 러시아 사이의 협력 관계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법원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탈레반 정권을 비방한 자국민에 행정법 위반에 따른 벌금형을 부과했다고 러시아 독립 매체 '메두자'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남부 도시 로스토프나도누의 옥탸브리스키 지방법원은 이날 러시아판 페이스북인 '브콘탁테'(VK)의 탈레반 관련 게시물에 악의적인 댓글을 달아 민족 간 증오를 조장한 혐의로 19세의 현지 주민 예고르에게 1만 루블(약 2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예고르는 VK 커뮤니티에 올라온 '탈레반이 러시아를 석류, 건포도, 코카콜라, 카펫, 면화 등으로 가득 채울 것'이란 제목의 게시물 아래에 "빌어먹을, 그들이 러시아에서 뭘 하겠다는 거야, 동굴 속의 미개한 놈들"이란 취지의 욕설 섞인 댓글을 남겼다.
법원은 이 댓글이 "러시아와 아프가니스탄 국민 사이의 증오나 적대감을 선동한다"면서 유죄 판결을 내렸다. 판결문에 따르면 피고인은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한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법원의 이 같은 판결은 최근들어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과 러시아 정부 사이의 협력 관계 강화를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탈레반은 2021년 8월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면서 약 24년 만에 다시 권력을 잡았다.
하지만 인권 침해 등을 이유로 국제사회 대다수 국가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했고, 러시아만 유일하게 승인했다.
러시아와 아프가니스탄은 이후 군사·경제·외교적 협력을 지속해서 강화해 오고 있다.
지난달엔 러시아를 방문한 모하마드 야쿠브 무자히드 아프가니스탄 국방장관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사무총장 격)와 회담하고 군사기술협력 협정까지 맺었다.
통상 군사기술협력 협정을 맺은 양측은 서로 무기·군사기술·생산 허가권 등을 제공하고, 공동 개발도 한다.
탈레반은 러시아에서 오랫동안 테러단체로 지정돼 있었으나, 2024년 12월 러시아 하원은 이 단체를 테러단체 명단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을 채택했고, 이듬해 4월 러시아 대법원은 실제로 테러단체 지정을 해제했다.
cjyo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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