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위협에도 아르메니아 집권당 총선 승리…친서방정책 탄력
"파시냔 총리 집권당 49.8% 득표…친러 야권은 합산 37% 그쳐"
美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협정…EU 가입절차도 개시
- 유철종 전문위원
(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 최근 친서방 행보를 강화하고 있는 캅카스 지역의 옛 소련국가 아르메니아에서 7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에서 니콜 파시냔 현 총리가 이끄는 집권당 '시민계약'이 50%에 조금 못미치는 득표율로 승리했다고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이 8일 보도했다.
아르메니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은 이날 오전 개표 완료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시민계약이 49.81%를 득표했다"고 밝혔다.
친러시아 성향의 3개 야권 세력은 총 37.23%에 그쳤다. 억만장자 기업인 삼벨 카라페탼이 이끄는 정치블록 '강한 아르메니아'가 23.29%, 로베르트 코차랸 전 대통령의 정치블록 '아르메니아'가 9.94%, 사업가 가기크 차루캰의 '번영하는 아르메니아'가 4%를 각각 득표했다.
파시냔 총리는 단독 정부 구성에 필요한 과반 득표에 성공하지 못한 결과에도 자신의 당이 의회 다수를 확보하고 장관들을 임명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에 야권은 선거인 명부 조작, 복수 투표, 유권자 협박 및 체포 등의 선거 부정이 있었다고 반발했다.
이번 총선은 5년 임기의 의원 101명을 선출하기 위한 것으로, 모두 18개 정당 및 정당연대(정치블록)가 참여했다.
파시냔 총리가 이끄는 집권당 승리로 아르메니아의 친서방 행보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선거는 아르메니아 정치·외교의 대 전환점에서 치러졌다. 파시냔 정부는 최근 들어 전통적 동맹국인 러시아와 거리를 두며 서방과의 관계를 강화해 가고 있다.
아르메니아는 오랫동안 러시아 주도의 옛 소련권 군사협력체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와 경제협력체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자국 내에 러시아군 기지 주둔까지 허용하며 모스크바와 긴밀한 군사·경제·외교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2020년부터 시작된 숙적 이웃국 아제르바이잔과의 몇차례에 걸친 무력 분쟁에서 러시아가 지원 요청을 거부한 이후 CSTO 참여를 중단하고 EAEU 활동에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며, 유럽연합(EU) 및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친서방 노선으로 기울었다.
아르메니아는 지난달 26일 미국과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3월 아르메니아 의회는 EU 가입 절차 개시에 관한 법률을 채택하고 EU행을 서두르고 있다.
러시아는 이를 러시아 영향권으로부터의 이탈 시도로 규정하고, 아르메니아산 광천수와 화훼류, 과일·채소류 수입을 한시적으로 제한하는 한편, 특혜 가격에 제공해 온 석유·가스 공급까지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등 경제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아르메니아가 EU와의 관계 구축을 계속할 경우 '우크라이나 시나리오'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며 노골적으로 위협했다.
러시아는 이번 아르메니아 총선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러시아 당국이 자국에 거주하는 수천 명의 러시아계 아르메니아인을 아르메니아로 버스로 이동시키려는 계획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선거에 앞서 파시냔 총리를 범죄·부패 혐의와 연관짓는 허위정보도 소셜미디어와 웹사이트를 통해 확산했다.
이에 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말 현직 총리인 파시냔에 대해 "완전하고 전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EU는 아르메니아의 국방, 경제, 유럽 통합 지원을 위해 대규모 재정 지원을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cjyo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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