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유럽 중재역할 거부…"슈뢰더는 괜찮지만 EU 중립성 없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6.6.4 ⓒ 로이터=뉴스1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6.6.4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 유럽은 우크라이나 평화협상의 공정한 중재자 역할을 맡을 자격이 없다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주장했다.

블룸버거와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 행사의 하나인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유럽연합(EU)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중립적인 중재자가 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러시아와 무력 충돌 중인 국가를 직접 지원하고 있는 EU나 개별 EU 국가들이 어떻게 중재자가 될 수 있겠나. 중재란 중립성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럽의 역할은 협상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타협에 동의하도록 설득하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평화협상 과정에서 유럽 측 대표가 될 수 있는 인물로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를 재차 지목했다.

그는 "슈뢰더는 푸틴의 친구가 아니라 독일 정치인이며, 내 생각에는 최고의 정치인 중 한 명"이라고 평가했다.

EU 국가들에선 최근 유럽과 안보체제 문제를 논의할 생각이 있다는 푸틴 대통령의 발언 이후 우크라이나전 개전에 따른 제재 차원에서 중단한 러시아와의 접촉을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페테르 펠레그리니 슬로바키아 대통령,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오스트리아 대통령,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 등이 EU와 러시아 간 대화 재개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시에 유럽이 우크라이나전 종전과 평화협상 문제와 긴밀히 연계돼 있으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해 온 중재 시도에 밀려 협상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못했다는 반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와 관련 EU는 누구를 러시아와의 협상 대표로 내세울지에 대한 내부 논의를 계속해 오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앞서 러시아 2차대전 승전 기념일인 지난달 9일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면서 "유럽 측과 안보체제를 논의할 생각이 있으며, 모든 유럽 정치인 중에 슈뢰더 전 독일 총리와 대화하는 걸 선호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독일을 비롯한 유럽 주요국들은 친러시아 성향으로 비판받는 슈뢰더 전 총리가 중재자 역할에 적합하지 않다며 거부했다.

1998~2005년 독일 총리를 지낸 슈뢰더는 푸틴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로 러시아 기업들과의 밀착 행보로 비판받아 왔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 발발 이후에도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로스네프티와 가즈프롬에서 맡고 있던 고위직을 지키려다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양쪽과 모두 개인적 교류가 있고, 유럽 전체에서 신뢰받는 인물인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와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현 독일 대통령,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 등이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EU 측의 대러 협상 대표 후보에 대한 논의는 양측 외교 채널이나 정보기관 차원에서 내밀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가 특정인을 EU 협상 대표로 강요하려 한다는 소란스러운 이야기를 들었지만 우리는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는다"며 "이는 실무적인 문제로 조용하고 차분하게 논의해야 하며, 예컨대 외교부 차원이나 정보기관 차원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는 서방과의 접촉을 거부한 적이 없다며 "만약 누군가가 러시아와 대화를 재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면, 얼마든지 그렇게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cj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