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튀 강국' 벨기에, 밭에 감자 버린다…유럽서 500만톤 남아돌아
3년 전 톤당 600유로에서 최근 0유로 폭락…"트럼프 관세·이란전쟁 직격"
"중국·인도·이집트와도 경쟁…위고비 등 비만약 인기도 영향"
- 김경민 기자
(서울=뉴스1) 김경민 기자 = 세계 최대 냉동 감자튀김 수출국인 벨기에가 좋은 날씨 덕분에 8년 만에 최대 감자 수확량을 기록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부과와 이란 전쟁으로 감자 재고를 처리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30일(현지시간) NYT에 따르면 벨기에에서 감자튀김 가공용 감자의 현물시장 가격은 몇 달 동안 톤당 0유로에 머물고 있다. 3년 전엔 거의 600유로(약 100만 원)에 달했었다.
2026년 대규모 감자 과잉 생산은 기상학적 요인과 지정학적 요인을 포함해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NYT는 전했다.
유럽 전역에서는 감자튀김용 감자 500만 톤이 과잉생산된 상태다. 이에 따라 주요 감자 생산국인 독일에선 4000톤에 달하는 감자를 무료로 나눠주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벨기에에서 감자 농장을 운영하는 크리스 드하에르는 자신의 창고에 1000톤의 감자가 몇 달 동안 4.5m 높이로 쌓인 채 결국 팔지 못해 밭에 다시 버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토양, 모종, 비료, 인건비로 16만 유로(약 2억8000만 원)의 손실을 보았다"며 "모았던 돈까지 다 써야 했다"고 덧붙였다.
남아도는 유럽 감자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가 우선 큰 영향을 끼쳤다.
월드 포테이토 마켓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한 후 지난해 2월 28일부터 1년 동안 유럽연합(EU)의 미국으로의 냉동 감자튀김 수출은 8% 감소했다. 미국은 영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으로 분류된다.
유럽산 감자튀김의 세 번째로 큰 시장인 사우디아라비아로의 판매량도 같은 기간 11% 감소했다.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수출량은 더 감소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NYT는 추정했다.
게다가 중국·인도·이집트가 훨씬 더 저렴한 가격으로 냉동 감자튀김을 판매하기 시작하며 경쟁이 심화됐다.
설상가상으로 이란 전쟁으로 에너지와 비료 가격이 상승하고 소비자가 지출을 줄이면서 마진이 바닥을 치고 있다.
벨기에 감자 가공 협회인 벨가폼에 따르면 이란 전쟁도 냉동 감자튀김 공급망에 부담을 줬다. 이란이 사실상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며 에너지 비용이 상승해 냉장·운송 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란 전쟁으로 나아가 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주요 감자튀김 소비국으로의 수출도 어려워졌다.
크리스토프 베르뮐렌 벨가폼 최고경영자(CEO)는 관광객 감소로 리조트 숙박과 외식 수요가 줄어 걸프 국가의 감자튀김 수요가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상품 시장 전문 분석업체인 DCA 마켓 인텔리전스의 닐스 반 데르붐 애널리스트도 감자튀김 소비의 대부분이 외식에서 이뤄지는데 물가 상승으로 유럽 내 많은 사람이 외식을 자제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또 하나는 소비자가 감자튀김 대신 더 건강한 간식을 선택하는 트렌드의 변화다.
미국에선 성인 8명 중 1명이 오젬픽이나 위고비와 같은 GLP-1 계열 체중 감량제를 복용하고 있다. 해당 약물은 종종 감자칩이나 감자튀김과 같은 가공식품과 튀긴 음식에 대한 욕구를 줄이도록 유도한다.
km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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