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민족주의 지도자' 멜니크 재안장에 룩셈부르크 대사 초치

룩셈부르크 묘지서 키이우 인근으로 옮겨 국가장급 재안장
러시아 "나치 부역 미화" 반발…야드바솀도 "심각한 우려"

러시아 국기. 2023.05.23/ ⓒ AFP=뉴스1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러시아 정부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지도자 안드리 멜니크의 유해가 최근 룩셈부르크에서 발굴돼 우크라이나로 이장된 것과 관련해 룩셈부르크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외무부는 28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멜니크 유해 발굴과 우크라이나 재안장 문제로 룩셈부르크 대사에게 "강력한 항의"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런 행사는 룩셈부르크 당국의 동의 없이 이뤄질 수 없다"며 "러시아 측은 룩셈부르크 당국의 이런 행동을 2차 대전 희생자 수백만 명에 대한 역사적 기억을 무시하고 나치와 그 부역자를 미화하는 데 공모한 것으로 본다"는 입장을 전했다.

멜니크는 2차 대전 시기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조직(OUN)의 한 분파를 이끈 인물이다. OUN은 당시 소련의 지배에 맞서 우크라이나 독립을 추구했지만, 일부 세력은 나치 독일과 협력해 유대인과 폴란드인 추방·학살에도 관여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멜니크는 1964년 독일에서 73세로 사망했다. 그의 유해는 룩셈부르크에 묻혀 있었으나, 최근 우크라이나로 옮겨져 이달 25일 키이우 인근 국립 군사 추모 묘지에 부인 소피야 페다크 멜니크와 함께 재안장됐다.

우크라이나 측은 멜니크를 20세기 우크라이나 독립운동의 상징적 인물 중 한 명으로 평가하고 있는 반면, 러시아는 멜니크를 '나치 협력자'로 규정하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도 앞서 우크라이나의 멜니크 재안장을 규탄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의 홀로코스트 추모 기관 야드바솀도 멜니크의 국가장급 재안장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야드바솀은 "나치 독일과 협력한 운동의 지도자를 기리는 것은 홀로코스트 기억과 역사적 진실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