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떨어져도 이미 늦었다"…유럽중앙은행 6월 금리인상 무게
차기 유력 총재 후보 슈나벨 집행이사 "에너지발 인플레 경제 전반 확산"
중도 매파 佛중앙은행 총재 "필요시 주저 없을 것"…내달 11일 통화정책회의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유럽중앙은행(ECB) 내부에서 다음 달 금리인상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평화협상 진전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발 인플레이션 압력이 이미 유럽 경제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ECB 집행위원회의 이사벨 슈나벨 집행이사는 26일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현재 충격의 규모와 지속성을 감안하면 더 이상 상황을 지켜보기만 할 수는 없다며 현재 시점에서 6월 금리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독일 출신의 슈나벨 집행이사는 시장에서 차기 ECB 총재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대표적 매파 인사다.
ECB는 지난 1년 동안 금리를 동결해왔지만 최근 유가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커지면서 내부적으로 금리인상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유로존 물가상승률은 지난달 3%까지 올라 ECB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돌았다.
특히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이 다른 상품과 서비스 가격까지 밀어올리는 2차 파급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ECB 내부 우려를 키우고 있다.
슈나벨은 에너지 충격이 다른 소비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신호가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ECB 소비자 기대조사와 PMI(구매관리자지수), 유럽연합(EU) 경기심리지표 등을 근거로 들며 에너지 인플레이션이 경제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미국과 이란의 협상 진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지만 슈나벨은 이미 너무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오늘 당장 전쟁이 끝나더라도 에너지 인프라와 글로벌 공급망에는 이미 상당한 손상이 발생했다며 그 경우에도 통화정책 대응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슈나벨은 ECB가 기존에 가정했던 유가가 빠르게 정상화되는 시나리오를 이미 넘어선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ECB가 단 한 차례 금리인상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현재 금융시장에서는 ECB 예금금리(2%)가 향후 1년 동안 최소 두 차례 인상될 가능성을 거의 반영하고 있으며 세 번째 인상 가능성도 약 50% 수준으로 보고 있다.
슈나벨 역시 향후 추가 긴축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ECB는 매 회의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책 방향을 재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수아 빌르루아 드갈로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 역시 이날 르피가로 인터뷰에서 "가계와 기업은 ECB가 중기적으로 물가를 2%로 되돌릴 것이라는 점을 믿어도 된다"며 "필요하다면 이를 위해 행동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CB는 유로존 20개국 중앙은행 총재들과 집행이사진 6명이 참여하는 통화정책위원회에서 금리를 결정한다. ECB는 다음 달 11일 통화정책회의를 통해 금리를 결정할 예정이다. 최근 ECB 인사들의 잇따른 매파 발언은 사실상 회의를 앞둔 사전 긴축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유럽 경기 둔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올해 유로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9%로 제시했다. 하지만 슈나벨은 실제 성장률이 이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충격 지속성이 예상보다 강해 경제성장 타격도 더 커질 것이라며 특히 소비자 신뢰지표가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상황은 성장에는 하방 리스크, 물가에는 상방 리스크가 동시에 존재하는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유럽 국채금리 변동성 확대를 우려하고 있지만 슈나벨은 현재 채권금리 상승은 주로 인플레이션 보상 확대 때문이라며 금융시장 불안 자체는 심각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한편 슈나벨은 내년 임기가 끝나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 후임 가능성에 대해서도 요청을 받는다면 맡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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