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직접 상대했던 메르켈 "왜 유럽은 러시아와 대화 않나"

독일 공영방송 WDR 인터뷰
"트럼프에만 맡기지 말고 유럽 외교력 발휘해야"

전 독일 총리이자 보수 성향 기독교민주연합(CDU) 소속인 앙겔라 메르켈이 18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열린 디지털 컨퍼런스 ‘리:퍼블리카(Re:publica)’ 개막 행사에 참석했다. 2026.05.18. ⓒ AFP=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유럽연합(EU)이 러시아와의 외교적 대화를 충분히 활용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유럽이 더 적극적으로 외교적 영향력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메르켈은 독일 공영방송 WDR과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제공한 군사적 지원은 전적으로 옳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억지력을 강화하는 것도 맞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내가 아쉬운 점은 유럽이 외교적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며 "러시아와 접촉을 유지하는 것이 미국 대통령만의 역할이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유럽 내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을 위한 특사 임명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EU 전체를 대표하는 단일 협상가 임명은 현재 계획되어 있지 않다"며 "러시아가 협상 의지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유럽이 성급히 결정을 내려선 안 된다"고 말했다.

메르켈은 2005년부터 2021년까지 총리를 지내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여러 차례 협상 경험을 쌓았다. 그는 퇴임 직전인 2021년 10월 유럽이 러시아와 새로운 외교 채널을 마련하자고 제안했지만, 회원국 간 이견으로 무산됐다고 밝혔다. 메르켈은 "공동 입장을 마련할 때까지 계속 노력해야 한다. 외교는 냉전 시절에도 항상 동전의 다른 면이었다"고 설명했다.

EU 평화 특사 후보로 메르켈의 이름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그는 이를 부인했다. 그는 "협상은 권력을 가진 자만이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우리가 푸틴과 협상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정부 수반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힘이 필요하다. 그리고 나라면 결코 다른 중재자를 대신 보내 푸틴과 대화하라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직접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전투를 중단시키기 위해 메르켈이 주도했던 2014~2015년 민스크 협정은 전투를 잠시 멈추게 했지만 결국 장기적인 휴전을 확보하지 못했고, 이후 러시아의 전면 침공으로 이어졌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