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의 나라' 옛말…프랑스인, 와인보다 맥주 더 마셨다

지난해 맥주 소비량 처음으로 와인 추월…"진입장벽 더 낮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2월 21일 파리에서 열린 국제 농업 박람회(Salon de l'Agriculture) 개막식 현장의 프랑스 맥주 제조업체 부스에서 맥주를 ​​시음하고 있다. 2026.02.21. ⓒ AFP=뉴스1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와인의 나라'로 잘 알려진 프랑스에서 지난해 맥주 소비량이 역사상 최초로 와인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15일(현지시간) 프랑스앵포, 라디오 프랑스 등은 국제포도주기구(OIV) 자료를 인용해 프랑스인들이 지난해 맥주를 와인보다 1000만 L 이상 더 마신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OIV가 발표한 지난해 프랑스의 와인 소비량은 연간 2200만 헥토리터(100L)로, 프랑스 맥주협회가 같은 시기 추산한 프랑스의 맥주 소비량 2210만 헥토리터보다 10만 헥토리터 더 많다.

프랑스 언론들은 "와인의 나라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프랑스에서 그야말로 충격적인 소식"이라고 전하며, 역전 현상의 주요 원인을 와인 소비 감소에서 찾았다.

OIV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와인 소비량은 1957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프랑스 역시 지난해 와인 소비량이 30년 전(약 3500만 헥토리터)과 비교했을 때 37%가 감소했다.

특히 와인의 '엘리트주의' 이미지나 높은 진입 장벽이 와인 소비의 쇠퇴를 불러일으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손님은 TF1 인터뷰에서 "와인은 정말 특별한 저녁 식사 자리에서나 마시는 편이다. 테라스 테이블에서는 항상 맥주나 무알코올 음료를 주문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손님은 "맥주는 가격 면에서도 더 부담이 없다. 게다가 와인을 잘 모른다고 해도 맥주는 대형 브랜드들이 있어서 어떤 것을 고를지 더 쉽게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프랑스에서 와인은 여전히 격식을 차린 저녁 식사 자리에 어울리는 술로 인식되지만, 대중의 음주 문화는 1인 가구의 증가, 배달 음식 시장의 급성장, 가벼운 술자리의 확산 등으로 변화하고 있다.

반면 맥주는 가격도 저렴하고 알코올 도수도 낮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와인보다 편안하고 접근하기 쉬운 이미지도 강점이다.

한 소비자는 "양적인 면에서도 훨씬 상쾌하고, 일과를 마치고 긴장을 푸는 데 도움이 되며, 물처럼 술술 넘어간다"고 RTL에 전했다.

맥주가 제품의 다양성을 무기로 차별화에 성공한 점도 한 요인이라고 프랑스 언론들은 소개했다.

맥주 전문가 라파엘 마르팽은 "수제 맥주 양조장이 급증하면서 사람들이 다른 맥주를 만들고 풍미와 맛의 스펙트럼을 완전히 넓히고자 노력했다. 결과적으로 훨씬 더 넓은 층의 대중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고 프랑스앵포에 전했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