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개국, 러 침공 책임 묻는 '우크라 특별재판소' 추진…푸틴 겨냥

유럽평의회 34개국·호주·코스타리카 참여…EU도 지지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15일(현지시간) 한 소녀가 러시아의 침공에 일부 파괴된 주거용 건물 인근에 마련된 임시 추모 공간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6.05.15. ⓒ AFP=뉴스1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36개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책임을 묻기 위한 특별재판소 설립에 참여하기로 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유럽평의회는 15일(현지시간) 몰도바 키시너우에서 열린 회원국 외무장관 연례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침략 범죄 특별재판소 운영위원회를 설치하는 결의를 승인했다. 이번 결의엔 46개 유럽평의회 회원국 가운데 34곳과 호주, 코스타리카 등 36개국이 참여했다. 유럽연합(EU)도 기관 차원에서 이를 지지했다.

알랭 베르세 유럽평의회 사무총장은 "러시아가 침략 책임을 질 시간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며 "앞으로의 길은 정의의 길이며, 정의는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참가국들이 국내 절차를 마무리하고 재원을 확보해 재판소가 조속히 가동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재판소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결정·준비·실행한 고위 정치·군사 지도부의 '침략 범죄' 책임을 묻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 러시아는 지난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을 개시한 이래 4년 넘게 전쟁을 이어오고 있다. 유럽평의회는 이번 특별재판소가 유엔 헌장에 반해 다른 국가에 무력을 사용하기로 한 결정을 처벌하는 기구라고 설명했다.

기존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우크라이나 내 전쟁범죄, 반인도 범죄, 집단학살 혐의는 다룰 수 있지만, 러시아의 침공 결정 자체인 침략 범죄에 대해서는 관할권에 한계가 있다. 특별재판소는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추진돼 왔다.

유로뉴스에 따르면 재판소는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부를 둘 예정이며, 운영위원회는 예산 승인, 내부 규칙 채택, 판사와 검사 선출 등을 맡게 된다. 결의에는 안도라, 오스트리아, 벨기에,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폴란드, 스페인, 영국, 우크라이나 등 유럽 국가들과 호주, 코스타리카가 참여했다. EU 회원국 가운데 불가리아, 헝가리, 몰타, 슬로바키아는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그러나 이 같은 재판소가 설치되더라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실제 법정에 세우기는 쉽지 않다. 유럽평의회는 "현직 국가원수·정부 수반·외무장관 등 이른바 '트로이카' 인사에겐 재임 중 면책 문제가 있어 실제 재판은 이들이 퇴임하거나 면책 해제 뒤 가능하다"며 "대신 수사와 증거 수집, 기소 준비는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결정을 러시아 책임 추궁의 분기점으로 평가했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특별재판소가 "법적 현실"이 됐다며 책임 규명을 위한 "돌아올 수 없는 지점"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