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전범재판소, '발칸의 도살자' 믈라디치 석방 요청 기각

건강 악화로 지난달 석방 요청…재판소 "구금 환경 불편 없어"

라트코 믈라디치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유엔 국제형사재판소가 보스니아 내전에서 집단학살을 저질러 수감된 '발칸의 도살자' 라트코 믈라디치(84)의 조기 석방 신청을 14일(현지시간) 기각했다고 밝혔다.

로이터·AFP통신 등에 따르면 유엔 국제형사재판소 잔여업무기구(IRMCT)의 그라시엘라 가티 산타나 판사는 이날 결정문에서 "현재 제시된 정보를 고려할 때, 가족과 친구들에게 둘러싸일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을 마련해 주는 것을 포함해 믈라디치의 존엄성과 기본권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석방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발표했다.

가티 산타나 판사는 믈라디치가 실제로 "인생의 마지막 단계"에 있다면서도 네덜란드 헤이그의 유엔 구금시설과 병원의 환경이 "믈라디치의 편안함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믈라디치의 변호인단은 지난달 믈라디치가 "심각하고 되돌릴 수 없는 의학적 쇠퇴" 상태에 있다며 인도적 차원의 조기 석방 신청을 제출했다. 변호인단은 믈라디치의 치료를 위해 그를 세르비아로 이송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믈라디치는 인지 장애를 앓고 있으며, 지난달에는 뇌졸중을 겪었다. 세르비아 정부 역시 IRMCT에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믈라디치의 치료 석방을 요청한 바 있다.

믈라디치의 아들 다르코는 이날 AFP통신에 "석방 요구가 거부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석방 거부 사유가 "기괴하고 냉소적"이라고 비난했다.

믈라디치는 1991년 옛 유고연방 붕괴 뒤 발발한 보스니아 내전에서 세르비아계 민병대 군사령관으로 무슬림계 주민들에 대한 대량학살 등 이른바 '인종청소'를 주도했다.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슬라비아 대통령, 라도반 카라지치 전 보스니아 세르비아계 지도자 등 보스니아 학살을 주도한 3인방 중 한 명이다.

믈라디치는 내전 중이었던 1995년 무슬림계 남성 주민 8000여명을 스레브레니카에서 집단 학살하는 등 11개 혐의로 2011년 세르비아에서 체포됐다. 그는 2021년 최종 판결에서 종신형이 확정됐다.

믈라디치는 지난해 7월에도 건강상의 이유로 긴급 석방을 요청한 바 있다. IRMCT는 믈라디치의 건강 상태가 불확실하기는 하지만 안정적이라며 요청을 기각했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