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하원, '해외국민 보호' 명분 軍투입법 가결…"침략 법제화"

"외국·국제법원서 체포·기소된 러시아인 보호"
우크라 "공격적 무법 상태" 반발

러시아 모스크바의 국가두마(하원) 건물 위로 러시아 국기가 나부끼고 있다. <자료사진> 2020.09.15. ⓒ AFP=뉴스1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러시아 하원이 해외에서 체포되거나 기소된 자국민 보호를 명분으로 군 병력을 투입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타스통신과 인테르팍스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가두마(하원)는 13일(현지시간) 재외 러시아인 보호를 위해 대통령 결정에 따라 군을 동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2·3독회에서 잇달아 통과시켰다.

러시아 하원의 법안 심의는 기본 방향과 필요성을 따지는 1독회, 조문 심사와 수정을 거치는 2독회, 최종 표결에 부치는 3독회 순으로 진행된다.

이번 법안의 핵심은 러시아가 참여하지 않은 외국·국제법원이나, 러시아가 체결한 국제조약 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근거하지 않은 사법기관 결정으로 러시아 국민이 체포·구금·기소될 경우 군을 투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뱌체슬라프 볼로딘 국가두마 의장은 "서방의 정의는 사실상 마음에 들지 않는 이들을 탄압하는 도구가 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해외의 우리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측은 이번 법안이 "비우호적 국가들의 불법적 행위"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해당 법안 제정에 대해 "침략 정책을 법제화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헤오르히 티흐이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은 "러시아 점령군을 해외에서 사용할 무제한 권리를 스스로 부여한 것"이라며 "이는 공격적 무법 상태"라고 말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유럽이 전했다.

러시아는 지난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을 개시한 이래 4년 넘게 전쟁을 이어오고 있다.

러시아의 이번 법안은 작년 12월 외국·국제 형사법원의 판단을 자국법상 무시할 수 있도록 한 조치의 연장선으로도 해석된다.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가 참여하지 않은 외국 정부 위임 법원이나 러시아와의 국제협정·유엔안보리 결의에 근거하지 않은 국제기구의 형사 판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했다.

우크라이나와 유럽 일각에선 러시아가 앞서 우크라이나 침공 과정에서도 러시아어권 주민 보호를 명분 중 하나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새 법안이 향후 주변국 압박이나 군사 개입의 법적 명분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