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3세 방미 중 터진 英대사 발언 "美와 특별관계, 우리 아닌 이스라엘"

2월에 영국 학생들 만나 언급한 게 뒤늦게 보도돼
부정·긍정 의미 섞여 있어…"새롭게 관계 정립하자" 함의

크리스천 터너 주미 영국 대사 <자료사진> ⓒ AFP=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주미 영국 대사가 미국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는 유일한 나라가 이스라엘이라고 말한 것이 뒤늦게 유출됐다.

28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크리스천 터너 대사는 유출된 녹음 파일에서 “미국과 특별한 관계를 맺은 나라는 영국이 아니라 아마도 이스라엘”이라고 발언했다. 이 발언은 찰스 3세 국왕의 미국 국빈 방문 기간에 공개돼 영국 정부와 왕실에 부담을 주고 있다.

터너 대사가 이 말을 한 자리는 지난 2월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연루 의혹으로 해임된 피터 맨델슨 전 대사 후임으로 임명된 직후, 미국을 방문한 영국 학생들과 만난 비공식 자리에서다. 그는 “특별한 관계라는 표현은 과거지향적이고 여러 가지 부정적 의미(baggage)가 있다”며 “진정한 특별 관계는 이스라엘과 미국 사이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엡스타인 스캔들이 미국에서는 큰 파장을 일으키지 않았지만, 영국에서는 고위 인사들이 타격을 입었다며 양국의 책임성 차이를 지적했다. 실제로 전임 대사였던 맨델슨과 앤드루 마운트배튼-윈저(찰스 3세 국왕의 동생)가 엡스타인 연루 의혹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터너는 “영국과 미국은 국방·안보에서 깊이 얽혀 있으며 관계는 여전히 강하다”면서도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럽에 있는 우리는 미국의 안보 우산에만 의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는 영국 총리에게 '그냥 귀를 막고, 특별한 관계니까 괜찮을 거야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조언했다"며 "영국이 미국과의 안보·외교 협력에서 실제로 무엇을 기여할 수 있는지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사적으로 밀접했던 미국과의 관계에 대해 대사가 의문을 제기한 것은 공교롭게도 찰스 3세 국왕과 카밀라 왕비가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멜라니아 영부인을 만나기 직전인 28일 파이낸셜 타임스(FT)에 의해 처음 보도되었다.

영국 외교부 대변인은 “사적인 발언일 뿐 정부 입장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해명했지만, 영국 내에서는 국왕의 방미 일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