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외교수장 "트럼프 행정부, 유럽 분열 노려"…EU 공동 대응 촉구

"美, 적대 세력들이 사용하는 전술 사용…美에 환상 버려야"

유럽연합(EU)의 카야 칼라스 외교안보 고위대표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유럽연합(EU)의 적대 세력들이 사용하는 방법으로 유럽을 분열시키려 한다며 이에 맞서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EU 외교 수장이 촉구했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미국이 유럽을 분열시키려 한다는 점을 매우 분명히 해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칼라스 대표는 미국의 접근 방식이 EU의 적대 세력들이 사용하는 전술과 유사하다며 "미국은 EU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네덜란드 자치령인 그린란드 병합 가능성 언급,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 등 EU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행보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 세력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은 EU에 비판적인 유럽의 극우·포퓰리스트·유럽회의주의 정당에 대한 지지를 확대하고 있는데 이는 EU 내부 분열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칼라스 대표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12월 공개한 국가안보전략(NSS)을 언급하며 "(미국에 대해) 어떤 환상도 가져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NSS에는 "유럽 국가에서 유럽의 현재 방향에 대한 저항 세력을 육성하는 것"이 미국 정책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유럽에 대한 미국의 군사 지원을 '조정'해야 한다는 내용과 유럽이 무분별한 이민자 수용 때문에 '문명 말살' 위기에 처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칼라스 대표는 EU 회원국들이 미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관리할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며 "각국이 개별적으로 트럼프와 거래하려 해서는 안 되며 EU가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유럽의 단결을 원하지 않는다"며 "우리가 함께할 때 비로소 동등한 힘을 갖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칼라스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도 인정했다. 다만 미국 의존도를 줄이는 과정이 너무 빠르게 진행될 경우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를 관리하면서 동시에 유럽 자체 방위 역량을 강화하는 '이중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필요한 군사 자산과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미국에서 무기를 구매해야 한다"면서 "동시에 유럽 방위 산업에도 투자해 한 바구니에 모든 달걀을 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U 내부에서도 미국과의 긴장을 자극할 수 있는 정책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특히 러시아와 가까운 국가들은 미국의 유럽 주둔 축소를 촉발할 수 있는 조치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칼라스 대표는 "문제 진단에 동의한다면 해법에도 동의해야 한다"며 "강경한 조치는 단기적으로 고통스럽지만 장기적으로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yeh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