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엡스타인' 英앤드루 前왕자 체포…시민들 "사법정의 작동" 환영

"왕족이란 이유로 법 위에 있어서는 안 돼" 한목소리
영국 경찰, 체포 수시간 후 일단 석방…"계속 수사 중"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미 법무부가 공개한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수사 자료에서 영국 앤드루 왕자가 한 여성 위에 무릎을 꿇은 채 있는 모습이 담겼다. 2026. 01. 30.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영국 찰스 3세 국왕의 동생 앤드루 마운트배튼-윈저(앤드루 전 왕자·66)가 '엡스타인 스캔들' 연루 혐의로 19일(현지시간) 경찰에 체포되자 영국 시민들은 "사법 정의가 작동하고 있다"며 반기는 모습이다.

AFP 등에 따르면, 영국 경찰은 이날 성명을 통해 "잉글랜드 노퍽에 거주하는 60대 남성을 공직 비리 혐의로 체포하고 버크셔와 노퍽 지역의 주소지를 수색 중"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혐의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경찰은 '국가 지침'을 이유로 체포한 인물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현지 매체들은 이 남성이 앤드루 전 왕자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근대 역사상 영국 왕실 인사가 체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지막 사례는 1649년 영국 내전 중 반역죄로 처형된 찰스 1세였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앤두르는 다만 체포 수시간 후인 같은 날 늦게 석방됐다. 경찰은 "여전히 수사를 받는 중"이라고 밝혔다.

앤드루는 영국 찰스 3세 국왕의 동생이자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차남으로 2001~2011년 영국의 무역 특사를 지내면서 미국의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국가 기밀을 공유한 의혹을 받고 있다.

변호사 엠마 카터(55)는 앤드루가 "너무나도 오랫동안 특권과 여왕의 인기 뒤에 숨어 있었다"며 "솔직히 말해 훨씬 오래전에 체포됐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매기 여(59) 역시 "나는 (왕실이) 손댈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했다"며 "그들이 정의의 바깥에 있지 않음을 알게 되어서 좋다. 최소한 영국의 사법 정의는 작동하고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데이터 분석가 제니퍼 티소(39)는 "왕실과 관계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법 위에 있거나 일반인과 다른 대우를 받아선 안 된다"며 "이제 때가 됐다. 이전에는 록스타와 슈퍼스타에게, 이제 왕실과 같은 더 높은 권력의 영역에도 (정의 실현이) 이르는 것"이라고 환영했다.

판단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소수 의견도 있었다. 앤드루 허스트(58)는 "많은 사람이 의견을 갖고 있지만, 법정에서 (혐의가) 입증되기 전까지 판단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말했다.

많은 영국인은 왕실을 '건드릴 수 없는 존재'로 여겨 왔다. 지난 16일 발표된 유고브 여론조사에서는 앤드루가 기소될 가능성이 작다고 보는 응답 비율이 62%에 달했다.

앤드루는 지난해 10월 왕자 작위를 박탈당했고, 지난 2일 왕실 공식 거처인 윈저성 로열로지를 떠나 찰스 국왕의 사유지인 노퍽 샌드링엄 영지 내 우드 팜 코티지로 이사했다.

앤드루는 엡스타인이 고용한 여성 직원 버지니아 주프리를 성폭행했다는 의혹을 받아 왔는데, 2022년 주프리가 제기한 소송을 합의로 마무리했지만 주프리의 회고록이 출간되면서 다시금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달 30일에는 미 법무부가 300만 쪽 분량의 엡스타인 관련 수사 자료를 추가 공개했다. 여기에는 앤드루가 무릎을 꿇고 바닥에 누운 여성 또는 소녀로 추정되는 인물 위에 엎드려 카메라를 바라보는 사진과, 같은 인물의 복부 위에 손을 올린 사진이 담겼다. 사진 속 장소는 엡스타인의 뉴욕 저택 내부와 일치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