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협상 '비무장 자유무역지대' 재부상…NYT "실효성 의문"

폐허 된 동부 돈바스에 투자?…돌아가는 산업시설은 석탄광 하나
군대 철수·통치 방식 등 난제 산적…'강제된 해법은 불안정' 경고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 하늘에 미사일이 공격 후 하늘에 연기가 흔적처럼 남았다.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공식 평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물밑에서는 동부 돈바스 지역에 '비무장지대'(DMZ)를 설치하는 방안이 핵심 의제로 급부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8일(현지시간) 사안에 정통한 여러 소식통을 인용해 비공개 석상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중 어느 쪽 군대도 통제하지 않는 비무장지대 창설 방안이 논의됐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평화 계획에 포함된 아이디어를 되살린 것이다.

협상의 교착점을 풀기 위해 비무장지대 안에 '자유무역지대'를 만들어 경제적 유인을 제공하자는 제안도 있었다고 NYT는 전했다.

양측 모두에게 거부감을 줄이려는 의도지만 그 실효성에는 여러 의문이 제기된다. 설령 휴전이 이뤄진다 해도 양쪽 군대가 대치하는 전선 사이에 놓인 지역에 대한 투자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돈바스 지역의 산업 기반 대부분은 폐허가 됐고 현재 가동 중인 시설은 석탄 광산 단 하나에 불과하다. 언제든 갈등이 불붙을 수 있다는 위험도 문제다.

군대 철수 문제 또한 핵심 쟁점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철수하는 거리만큼만 우크라이나군을 물리겠다며 '대칭적 철수'를 제안했었다.

다만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실무 회담에서는 우크라이나 측이 반드시 대칭적인 철수를 고집하지만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NYT는 전했다. 우크라이나의 입장이 전보다는 다소 유해졌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비무장지대의 통치 방식을 정하는 것도 어려운 문제다. 돈바스 지역에는 어린이 1만2000명을 포함해 민간인 약 19만 명이 거주한다. 우크라이나는 이들의 안전을 명목으로 국제 평화유지군 파견을 강하게 요구하는 입장이다.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협상 과정에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표가 함께 참여하는 '민간 행정부'를 구성하는 방안도 거론됐지만, 소식통들은 양측의 입장차가 커 합의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전했다.

유럽에서는 비무장지대가 오히려 러시아의 비밀 작전이나 새로운 침공의 빌미를 제공하는 위장막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역사적으로 비무장지대의 성공은 물리적 조건보다 당사자들의 평화 의지에 달려 있었다. 한반도 비무장지대는 전쟁을 억제했지만 소규모 군사 충돌은 막지 못했고 베트남의 비무장지대는 북베트남의 통일 의지 앞에 무력화됐다.

반면 이집트와 이스라엘이 합의한 시나이반도 비무장지대는 양측의 확고한 의지를 바탕으로 성공적으로 정착한 사례로 꼽힌다.

결국 우크라이나 비무장지대 논의의 성패는 양측이 진정으로 전쟁을 끝낼 의지가 있는지에 달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윌리엄 테일러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는 NYT에 "강제적이거나 불균형한 해결책은 결코 안정적일 수 없으며 오래가지도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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