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강' 외치는 유럽, 자력 핵우산 논의 박차…영·프·독 단합

뮌헨안보회의서 유럽 자체 핵 억지력 강조
美와 동맹 파열·핵무기 경쟁 신중론도

뮌헨안보회의에서 만난 스타머 영국 총리(왼쪽부터)와 메르츠 독일 총리,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2026.02.13. ⓒ 로이터=뉴스1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유럽의 '자강'을 위한 독자적인 핵우산 구축이 올해 뮌헨안보회의(MSC)의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14일(현지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이번 MSC에서 연단에 오른 유럽 정상들은 미국과 동맹을 유지하되 독립적인 생존법을 모색하겠다는 의도를 뚜렷하게 보여줬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13일 연설을 통해 프랑스와 유럽의 핵 억지력에 관한 고위급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유럽의 안보 격차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리적 상황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미래의 유럽 안보 체계를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며 유럽 동맹들 간 보다 포괄적인 핵 억지력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프랑스와 핵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확인하며, 영국과 프랑스의 핵 억지력은 이미 다른 나토 회원국들을 보호한다고 강조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은 나토를 통해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에 의존해 왔다. 현재 유럽의 핵보유국은 프랑스와 영국 둘 뿐이다. 이들의 핵무기는 동맹 내 전략적 자율성을 일부 제공하긴 하지만 미국의 핵 전력 수준에는 한참 못미친다.

유럽은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집권 이후 서구 동맹의 균열이 명백해지자 독자적 방위 역량에 박차를 가해 왔다. 독일과 프랑스는 핵우산에 관한 전략 대화를 재차 제안했고, 영국과 프랑스는 핵전력 조율과 협력 강화를 약속했다.

2025년 8월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오벌오피스(미 대통령 집무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긱구(NATO, 나토) 사무총장이 회담하고 있다. (백악관 공식 사진, 다니엘 토록 촬영, 재판매 및 DB금지) ⓒ 뉴스1 류정민 특파원

유로뉴스는 "그동안 유럽에서 핵 억지력은 철저히 각국 고유의 영역이었고, 주권에 영향을 미치는 매우 민감한 문제로 여겨졌다"며 "유럽이 미국 의존도를 낮추고 핵을 포함해 자체 역량을 기반으로 한 미래 안보 체계 구상을 시작했다는 중요한 신호"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들어 유럽을 상대로 한 무역 전쟁과 한층 노골적인 방위비 증액 요구를 이어갔다.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서 잇단 친러시아 행보로 유럽을 당혹시킨데 이어 덴마크령 그린란드 무력 병합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AFP통신은 "러시아발 위협과 트럼프 아래 미국의 신뢰도를 둘러싼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은 "유럽이 작년 한 해 대서양 관계에 전례 없는 격변을 겪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추가적인 서구 동맹 파열을 막으려면 유럽의 핵우산 확대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MSC에서 "유럽의 집단적 핵 억지력 확대 논의는 바람직하다"면서도 "궁극적 보장책은 미국의 핵우산 뿐이라는 점을 모두가 안다. 나머지 논의는 부수적"이라고 일축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유럽 자강론에 동의한다면서도 "핵 억지력은 과도한 비용과 위험을 수반한다"며 "완전한 파멸을 피하기 위해 한 치의 실수도 없어야 하며 끊임없이 조정해야 하는 시스템은 보장이 아니라 도박"이라고 우려했다.

ez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