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파괴의 정치 만연"…뮌헨안보회의, 작심 비판
연례 보고서 "美 주도 국제 질서, 80년 만에 붕괴 기로"
나토 주재 美 대사 "동맹 강하게 만들려는 것" 반박
- 이지예 객원기자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세계 최대 규모의 연례 안보 회의 '뮌헨안보회의'(MSC)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 인해 노골적인 '파괴 정치'(wrecking-ball politics)의 시대가 열렸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MSC는 9일(현지시간) 발표한 '붕괴되고 있는'(Under Destruction)이라는 제목의 2026년도 보고서에서 "전면적인 파괴가 현 대세"라며 "1945년 이후 미국이 주도한 국제 질서가 80여 년 만에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MSC는 1963년부터 독일 뮌헨에서 매해 열리는 안보 포럼이다. 비영리 민간 회의지만 독일 정부의 막강한 지원 아래 전 세계 외교 안보 사령탑들이 모여 국제 질서의 향방을 논의한다. 올해 회의는 오는 13~15일 진행된다.
MSC는 "개혁보다 파괴를 선호하는 정치 세력이 힘을 얻고 있다"며 "서구 사회의 자유주의 노선을 향한 반감과 후회에 사로잡힌 이들은 현 구조를 허물면 강하고 번영하는 국가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고 진단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규칙·제도의 파괴에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라며 "원칙에 입각한 협력보다는 거래가, 공익보다 사익이, 보편적 규범보다 지역 패권국이 좌우하는 세상"이라고 우려했다.
MSC는 미국의 변심으로 '팍스 아메리카나'(미국 중심 국제 질서)에 의존하던 유럽과 인도태평양 동맹이 혼란에 빠졌다며, 미국이 신뢰를 주다가도 조건부 대응과 강압을 가하는 오락가락 접근법을 취한다고 꼬집었다.
보고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베네수엘라 공격과 덴마크령 그린란드 병합 시도와 관련해 "가장 충격적인 것은 미국이 1945년 이후 체제의 가장 기본적 규범인 영토 보전 및 타국에 대한 무력 위협·사용 금지를 무시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국제 무역에 관해서는 "트럼프 행정부는 거의 모든 국가에 막대한 관세를 부과하고 미국에 유리한 양자 협정을 위해 경제적 압박을 적극 행사한다"며 "세계무역기구(WTO)는 공동의 규칙에 대한 지킴이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MSC 보고서가 이례적으로 직설적 어조를 취했다며 "유럽에서 최근 거듭 제기된 우려를 대다수 유럽 정상이 감히 사용하지 못한 강경하고 구체적인 표현으로 명시했다"고 보도했다.
매슈 휘태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주재 미국 대사는 "세상이 붕괴되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유럽 등 동맹을 더욱 강하게 만들기 위한 의도라고 반박했다.
휘태커 대사는 "자녀가 어릴 때는 부모에게 의존하지만 결국 자립해야 한다"며 "지금이 바로 그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z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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