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무 "유럽 무능"… ECB 총재, 다보스 만찬 도중 '항의성 퇴장'(종합)

美 상무 "유럽 경제 비효율적" 비난에 라가르드 '전격 퇴장'
블랙록 회장, 디저트 취소하고 '만찬 강제 종료'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 ⓒ AFP=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 만찬 도중 유럽을 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낸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의 발언에 항의하며 자리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유럽 고위급 인사들 사이 감정싸움으로 장내에 야유까지 쏟아지면서 주최 측은 디저트도 내놓지 못한 채 만찬을 서둘러 종료하는 파행을 겪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들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20일 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주요국 정상 및 글로벌 정·재계 인사 200여 명을 위한 공식 만찬 현장은 극심한 갈등의 장으로 변했다.

사건은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의 발언 도중 발생했다. 러트닉 장관이 유럽의 경제 정책과 대응 능력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대목에서 현장에 참석한 유럽 측 인사들 사이에서 야유가 터져 나왔고, 라가르드 총재는 이에 항의하며 회의장을 전격 퇴장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현장에 있던 로이터 소식통은 "러트닉 장관이 유럽을 겨냥해 거친 비난을 퍼붓는 동안 라가르드 총재가 퇴장했다"며 "최고위급 인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 같은 중도 퇴장은 매우 이례적이며, 미국과 유럽의 깊은 골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고 전했다.

이번 만찬은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이 WEF 공동의장 자격으로 주최한 권위 있는 행사였다. 각국 정상과 최고 경영자들이 모인 자리였지만, 연설 도중 야유와 퇴장 사태가 잇따르자 핑크 회장은 결국 디저트 순서를 생략하고 행사를 조기에 끝냈다.

ECB 측은 이번 보도에 대해 공식적인 논평을 거부했고 미국 상무부와 WEF 측도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즉각 응하지 않았다.

이번 사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병합' 요구로 인해 미국과 유럽 간의 외교적 마찰이 극에 달한 시점에 발생했다. 유럽 지도자들이 미국의 요구를 강하게 비판해 온 가운데, 미국 측 인사가 다보스라는 상징적인 장소에서 유럽의 경제적 무능을 지적하며 맞불을 놓은 형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21일 다보스 특별연설에서 "그린란드 방어를 위해서는 소유권이 필요하다"면서도 "무력은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설을 마치고 트럼프 대통령은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회담한 이후 트루스소셜을 통해 그린란드 관련 미래 합의의 영구적인 틀을 마련했다며 다음달 1일부터 예고한 유럽의 8개국 대상 관세 부과를 보류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