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설이던 獨마저 돌아섰다…EU, 트럼프에 '무역 바주카포' 조준
獨·佛, 22일 EU 정상회의서 '반강압수단' 사용 검토 요청 계획
15개국·인구 65% 동의 필요, 伊동참 관건…"모든 수단 테이블 위에"
- 양은하 기자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관세' 위협에 맞서 유럽연합(EU)이 '무역 바주카포'로 불리는 반(反)강압수단(ACI) 사용을 본격 검토하고 나섰다.
20일(현지시간) 폴리티코에 따르면 사안에 정통한 외교관 5명은 독일과 프랑스가 오는 22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긴급 EU 정상회의에서 집행위에 ACI 발동을 공식 검토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병합 추진에 그동안 신중한 입장을 보여오던 독일까지 강경 대응 쪽으로 돌아서면서 EU의 대응 수위도 한층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강경 대응 움직임을 주도해 왔지만, 독일 등 일부 국가들은 미국의 추가 보복 가능성과 자국 경제에 미칠 비용을 우려해 비교적 신중한 태도를 보여 왔다.
프랑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독일과 입장이 수렴되고 있다"며 "이제는 순진함을 버려야 한다는 인식이 독일 쪽에서도 생겨났다"고 말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도 전날 "우리는 사용 가능한 여러 수단을 갖고 있고 이를 쓰고 싶지 않다는 데 동의한다"며 "그러나 써야 한다면 쓰겠다"고 말했다.
ACI는 EU가 2023년 도입한 통상 위협 대응 조치로, EU나 회원국이 경제적 강압을 통해 정책의 중단·변경·채택을 위협할 경우 관세뿐 아니라 외국인 직접 투자 차단, EU 시장 접근 제한, 공공조달 참여 배제 등 광범위한 수단으로 맞대응할 수 있는 조치다. 아직 한 번도 시행된 적이 없다.
이를 발동하면 미국 기업에 제약을 가할 수 있어 미국을 상대로 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로 꼽히지만 동시에 EU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U는 지난해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관세 부과에 ACI를 검토했지만 막판에 물러섰다.
그러나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고 외교관들은 말한다. 한 외교관은 "지금은 '하면 좋은' 단계가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단계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외교관도 "EU가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필요하다면 모든 수단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겠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ACI 발동에는 EU 이사회에서 회원국의 55%(15개국) 및 인구 기준 65%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의 동참 여부가 관건으로 꼽힌다. 이탈리아는 독일과 프랑스 이어 EU 경제규모 3번째 국가이기도 하다.
현재 이탈리아는 대화로 긴장을 낮추자는 입장이지만 프랑스와 독일이 주도권을 잡으면서 이탈리아와 폴란드에도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EU는 또 ACI 외에 미국산 수출품 930억 유로(약 160조 원)어치에 관세를 부과하는 기존 보복 캐피지를 사용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복수의 EU 외교관은 집행위가 복잡한 절차를 거쳐 ACI를 발동하는 동안 먼저 관세 부과를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프랑스, 독일, 덴마크, 영국,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 미국의 그린란드 합병에 반대한 유럽 8개국에 2월 1일부터 10% 관세(6월부터는 25%)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yeh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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