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유럽 8개국 관세폭탄에 러 환호…"대서양 동맹 붕괴"

​유럽 8개국 "대서양 관계 훼손하는 위험한 하향 나선" 공동성명
EU, 160조원 규모 보복관세 및 '무역 바주카포' 발동 검토

트럼프, 그린란드 병합 계획 반대 유럽 국가에 관세 위협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을 상대로 '관세 폭탄'을 예고하자 러시아가 크게 반기며 서방 세계의 균열을 부추기고 나섰다.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경제특사는 17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X)에서 "대서양 동맹은 끝났다"고 선언하며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을 향해 "아버지(트럼프)에게 도발하지 말라"고 조롱했다.

그는 "그린란드에 보낸 13명의 병사를 도로 데려가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그린란드에 파견된 유럽 병사 1명당 관세를 1%씩 인상할 수 있다고 했다"며 빈정거렸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러시아 대통령 또한 "미국이 대서양 연대 따위가 아니라 그린란드섬 자체를 택하며 그린란드를 공격할 준비 중"이라며 "유럽 국가들은 미국의 보호에 의존한 대가로 관세 징벌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메드베데프는 이전에도 서방의 단결을 조롱하며 트럼프를 향해 그린란드를 신속하게 병합하라고 충동질했었다.

이번 갈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 구매 의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시작됐다.

이에 맞서 덴마크·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 8개국이 그린란드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며 소규모 병력을 파병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8개국을 향해 관세 폭탄을 예고했다.

구체적으로는 2월 1일부터 10% 관세를 부과하고 6월 1일까지 그린란드 매각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관세율을 25%로 올리겠다고 위협했다.

유럽 동맹국들은 즉각 공동성명을 내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이 "대서양 관계를 훼손하고 위험한 하향 나선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덴마크와의 연대를 천명했다.

EU 순회 의장국인 키프로스는 18일 긴급 대사급 회의를 소집했으며, 지난해 관세 갈등 국면에서 보류했던 최대 930억 유로(약 160조 원) 규모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 카드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린란드는 인구 5만6000여 명이 거주하는 섬으로 북극과 대서양을 잇는 해상 관문에 냉전 시절부터 북미 방어의 핵심 요충지로 기능해 왔다.

미국은 이미 1951년 덴마크와의 협정에 따라 이곳에서 피투픽 우주기지를 운영하며 미사일 방어 및 우주 감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한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EU에 '반강압 수단'(Anti-coercion Instrument) 발동을 제안했다. 이는 제3국이 EU나 회원국의 주권적 정책 결정을 경제적 위협으로 방해하려 할 경우 대응하기 위해 설계된 도구다.

반강압 수단에는 EU 단일시장 접근 차단이나 외국인 직접투자 제한, 공공 조달 참여 배제, 지식재산권 보호 중단 등의 강력한 대응책이 포함돼 '무역 바주카포'로도 불리며 2023년 도입 후 지금까지 한 번도 발동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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