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보수당 거물, 당원자격 박탈 수시간만에 '반이민' 우파당 합류

과거 당권 유력주자…"보수당, 실패하고도 반성 없어"
'반이민' 英개혁당, 20%후반 지지율로 여론조사 선두…2029년 총선 주목

로버트 젠릭 의원 ⓒ AFP=뉴스1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한때 당대표 유력 주자였던 영국 보수당의 중진 정치인이 당원권 정지 수 시간 만에 '반이민'을 주장하는 강경 우파 정당 영국개혁당에 입당했다.

로이터, AFP통신, 영국 BBC 등에 따르면 나이절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는 15일(현지시간) 로버트 젠릭(44) 의원이 자당에 합류했다고 밝혔다. 케미 베이드녹 보수당 대표가 젠릭 의원을 "당에 최대한 큰 타격을 가하도록 고안된 방식의 탈당을 비밀리에 모의했다"며 예비내각에서 해임한 뒤 몇 시간 만이었다.

패라지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젠릭 의원의 입당을 확인하며 "다음 주에 케미에게 점심을 사야겠다"고 농담했다. 또 "내가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 중 가장 늦게 도착한 최고의 선물"이라고 말했다.

젠릭 의원은 같은 기자회견에서 "영국은 완전히 망가졌다"며 자신이 몸담았던 보수당을 두고 "이 나라에 필요한 근본적인 변화를 감당할 배짱이 없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심각하게 실패하고도 반성하지 않으며 변하지 않는 정당, 마음속으로 절대 필요한 것을 해낼 수 없다고 확신하는 정당에 양심상 머물 수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영국 보수당 예비 법무장관이었던 로버트 젠릭(왼쪽) 의원이 15일(현지시간) 나이절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2025.01.15. ⓒ AFP=뉴스1 ⓒ News1 이정환 기자

젠릭 의원은 2024년 보수당 대표 경선에서 베이드녹 대표에 이어 2위를 차지한 중진 정치인이다. 당적을 바꾸기 전에는 보수당의 예비 법무장관을 맡아 이민, 범죄 등 주요 문제에서 개인 인지도를 쌓아왔다.

중도우파 보수당은 영국 정치에서 노동당과 함께 양당제의 한 진영을 담당해 왔지만, 지난 2024년 7월 총선에서 참패한 뒤 반이민 강경 우파 성향인 개혁당에 뒤처지고 있다. 이후 최근 몇 년 사이 전직 의원 약 20명이 보수당에서 개혁당으로 당적을 옮기며 당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앞서 보수당 보리스 존슨 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냈던 나딤 자하위 전 의원도 지난 12일 개혁당 입당을 발표한 바 있다.

보수당 출신 대니 크루거 의원도 지난해 9월 현직 의원으로서는 최초로 개혁당으로 이적했다. 탈당 당시 크루거 의원은 "이것이 내가 내린 비극적인 결론이다. 보수당은 끝났다"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여론조사상 개혁당의 지지율은 20% 후반 수준으로, 10% 중후반대의 지지율에 그친 보수당·노동당을 크게 앞서고 있다. 개혁당이 현재의 지지세를 2029년 예정된 다음 영국 총선까지 몰고 간다면, 1세기 동안 노동당과 보수당이 지배해 온 영국의 정치 체제가 뒤집힐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