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에서 영국까지 오직 두 발로…27년 걸린 '5만8000km' 대장정

12년 계획했지만 금융위기·전쟁·비자 문제 등 돌발 변수로 고초…10월 고향 도착 예정

2014년 미국 텍사스주에 방문한 칼 부쉬비의 사진 (출처=칼 부쉬비 인스타그램 계정)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걸어서 세계일주'를 목표로 27년 동안 5만 8000㎞를 걸은 영국 남성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구간을 앞두고 "복잡미묘"한 심경을 밝혔다.

지난 11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영국의 전직 공수부대원 칼 부쉬비(56)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전 오스트리아 국경에서 도보로 수일 거리에 있는 헝가리 죄르 마을에 도착했다.

부쉬비는 "이 일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하지만 복잡미묘한 감정이 든다"며 "완전한 멈춤이자 한 인생의 끝이 될 것이다. 그다음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대한 불확실함도 있다'고 말했다.

부쉬비의 여정은 그가 29살이었던 1998년 11월 남아메리카 칠레 남부의 푼타아레나스에서 짐수레 하나와 함께 시작됐다. 이 여정이 "개인적인 꿈"이었다는 부쉬비는 당초 12년 정도면 교통수단 없이 고향에 돌아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비자 문제, 전쟁, 경제위기, 팬데믹 등의 여파로 부쉬비의 여행 일정은 27년으로 훌쩍 늘어났다.

여행 시작 3년 후인 2001년 부쉬비는 파나마 지역의 '다리엔 갭'에서 콜롬비아 반군을 피해 다니며 정글을 헤쳐 북아메리카 대륙으로 넘어왔다.

2006년에는 베링 해협을 횡단한 후 시베리아를 통과하려고 했지만, 러시아 정부가 체류 비자를 90일만 내주면서 여행에 차질이 빚어졌다. 설상가상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후원자들의 지원이 끊기면서 부쉬비는 멕시코를 자신의 임시 거점으로 삼기로 결정했다.

부쉬비는 "금융위기로 후원자와 잠재적 후원자까지 잃었다"며 "여정을 다시 추진하는 동안 멕시코는 거점으로 삼기에 이상적인 장소처럼 보였다. 결국 그곳에서 2년을 머물렀다"고 말했다.

2024년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러시아·이란 비자 발급이 어려워지면서 카자흐스탄에 발이 묶였다. 부쉬비는 아제르바이잔 정부의 지원을 받아 31일 동안 300㎞를 헤엄쳐 카스피해를 건너기도 했다.

현재 부쉬비는 헝가리로 돌아가기 전 오랜 기간 머물렀던 멕시코에서 다시 휴식을 취하며 최종 준비를 하고 있다.

부쉬비는 오는 3월 헝가리·오스트리아 국경 인근에서 다시 걷기 시작해, 오는 10월 어머니 안젤라가 기다리는 고향 영국 북부 헐에 돌아오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부쉬비는 "오스트리아로 넘어갈 날이 머지않았다. 그다음 독일, 벨기에, 프랑스를 거쳐 집"이라고 말했다.

이제 집까지 약 3200㎞를 더 걸어야 하는 부쉬비는 도버 해협을 건너가기 위해 '채널 터널'(유로 터널)의 유지보수용 통로를 걸어서 통과하기 위해 터널 운영사 측의 허락을 기다리고 있다. 부쉬비는 터널 이용이 성사되지 않는다면 수영 횡단을 계획하고 있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