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야욕·그린란드 독립 열망에 덴마크 고민 깊어진다

잃을 수 없는 요충지 그린란드의 독립 움직임 강해져
"그린란드 유지 비용 크다" vs "거래적 관점 안돼" 의견 갈려

3D 프린터로 제작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모형 뒤로 그린란드 깃발이 나오는 일러스트. 2025.07.23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덴마크령 그린란드 병합 의지를 재차 밝히면서, 덴마크가 오랜 기간에 걸쳐 누적돼 온 딜레마에 부딪히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다음주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외교장관, 비비안 모츠펠트 그린란드 외교장관과 만날 예정인 가운데, 덴마크는 독립을 지향해 온 그린란드를 지키기 위해 외교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그린란드는 북미와 유럽 사이에 위치한 전략적 요충지로, 미국 미사일방어체계의 핵심 지역이기도 하다. 덴마크가 이를 잃을 경우 북극에서의 영향력도 상실하게 된다.

또한 그린란드의 전략적 중요성은 냉전 기간에 덴마크가 미국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으로서 비교적 낮은 국방비 지출을 유지할 수 있게 했다.

미국의 그린란드 점령 위협에 대해 유럽은 일제히 덴마크와 연대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그린란드 합병을 용인할 경우 중국, 러시아 등 다른 강대국들이 소국에 대한 영토 주장을 강화하도록 부추겨 1945년 이후 세계 질서를 뒤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덴마크령 그린란드 수도인 누크의 의회 청사 전경. 2025.03.28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그러나 덴마크는 미국과 직접 협상하려는 그린란드 내의 움직임에도 직면했다. 그린란드 최대 야당인 날레라크의 펠레 브로베르 당수는 그린란드 정부에 "덴마크를 배제한 채 미국 정부와 직접 대화를 나눌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총선에서 25%의 득표율을 기록한 날레라크는 그린란드 독립과 미국과의 방위 협정 체결을 주장한다.

그린란드는 1979년 일정한 자치권과 자체 의회를 설립하게 됐다. 이후 2009년 그린란드 주민들이 원하면 독립할 권리가 명시된 협정을 체결하면서 독립에 대한 열망이 더 커졌다.

지난 9일 그린란드 원내 5개 정당 대표는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는 미국인이 되고 싶지도, 덴마크인이 되고 싶지도 않다. 우리는 그린란드인이 되고 싶다"며 독립에 대한 열망을 재차 확인했다. 다만 이들 정당은 독립 방법과 시기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코펜하겐 대학의 미켈 베드비 라스무센 정치학 교수는 "덴마크는 그린란드 확보를 위해 외교적 자본을 소진한 뒤 결국 그 영토가 떠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할 위험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라스무센 교수는 또 그린란드 보유 비용 대비 가치에 대한 논의가 트럼프의 위협에 대한 분노에 묻혔다며 "애국심이 과열된 상태로 접어들었다고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덴마크는 그린란드에 매년 약 43억 덴마크 크로네(약 9800억 원)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국방비 지출이 부족하다는 미국의 비판을 의식해 지난해 북극 지역 군사력 증강을 위해 420억 크로네(약 9조 5000억 원)를 투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상황에서 그린란드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0.2%에 그치며 사실상 정체 상태고, 중앙은행은 현재의 공공 재정을 유지하기 위해 매년 8억 크로네의 재정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그린란드를 유지하는 문제가 단순히 거래적 관점에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덴마크 왕립 국방대학의 마크 야콥센 부교수는 "우리는 덴마크와 그린란드 간의 가족적 유대, 오랜 역사적 관계를 논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이는 단순한 국방과 경제 문제가 아니라 감정과 문화의 문제"라고 말했다.

gw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