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먹잇감 된 그린란드는…이누이트·바이킹 거쳐 덴마크령

4500년 역사 속 여러번 주인 바뀌어…300년 전 덴마크 식민지로
북극 해상항로 장악·희토류 광산·미사일 방어기지 구축 최적지

덴마크령인 그린란드의 피츠버그 지역에 설치된 피투픽 우주 기지. 2023.10.04 ⓒ AFP=뉴스1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군사력 선택지까지 거론하며 손에 넣고 싶어하는 덴마크령 그린란드는 4500년의 역사 동안 주인이 여러 차례 바뀐 혼돈의 땅이었다.

한반도 10배 크기(217만㎢)인 세계 최대 섬, 면적의 80% 이상이 두꺼운 얼음으로 덮인 이곳에 처음 발디딘 이들은 북미 대륙에서 건너온 이누이트족이다.

이들은 수천 년에 걸쳐 여러 차례 이주와 소멸을 반복하며 혹독한 북극 환경에 적응해 나갔다. 다만 현 그린란드 이누이트의 직계 조상은 서기 1100~1200년쯤 등장한 '툴레'(Thule) 사람들이다. 이들은 고래와 바다표범 등을 사냥했고 개썰매와 가죽배를 타고 광활한 북극해를 누비며 살아갔다.

유럽인이 그린란드를 발견한 건 10세기 후반이다. 982년 아이슬란드에서 살인죄로 추방당한 노르웨이 출신 바이킹 '붉은 머리 에리크'(Erik the Red)가 탐험 중 이 섬에 도착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가 그린란드와 신뢰와 협력 구축을 위해 누크에 도착해 둘러 보고 있다. 2025.04.03 ⓒ AFP=뉴스1

에리크는 더 많은 정착민을 유치하기 위해 얼음뿐인 이 땅에 녹색 땅이라는 뜻의 '그린란드'라는 이름을 붙였고, 4년 후인 986년쯤 정착민들을 이끌고 돌아와 남서부 해안에 두 개의 정착촌을 건설했다.

한때 인구가 3000~6000명에 달했던 이들 정착촌은 1263년 노르웨이 왕국에 귀속됐으나, 14세기부터 시작된 소빙하기의 강추위와 이누이트 원주민과의 충돌 등으로 쇠퇴하기 시작했다. 결국 15세기 중반 바이킹 정착지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그린란드는 다시 이누이트만의 땅이 됐다.

수백 년간 잊혔던 그린란드에 다시 유럽의 깃발이 꽂힌 건 1721년이다. 덴마크·노르웨이 연합왕국의 루터교 선교사 한스 에게데가 사라진 바이킹 후손을 찾겠다는 명분으로 오늘날의 수도 누크 인근에 선교·무역 거점을 세우면서 덴마크의 식민 통치가 시작됐다.

이후 나폴레옹 전쟁의 결과로 1814년 체결된 킬 조약에 따라 덴마크·노르웨이 연합이 해체될 때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 등 기존 노르웨이의 역외 영토는 덴마크 소유로 남게 됐다.

20세기 들어 그린란드의 지위는 또 변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불어닥친 탈식민주의 흐름 속에서 덴마크는 1953년 헌법 개정을 통해 그린란드의 식민지 지위를 종료하고, 덴마크 왕국을 구성하는 하나의 주(county)로 완전히 통합했다.

그린란드 원정대의 범선 '카막' 호가 2023년 8월 15일 그린란드 동부 빙하에서 분리된 빙산 사이를 항해하고 있다. 2023.8.15 ⓒ AFP=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형식적으로는 그린란드인의 지위를 덴마크인과 동등하게 격상시킨 조처였지만, 실질적으로는 덴마크의 영향력 아래 예속시키는 행위였다. 이는 오히려 그린란드인들의 자치 의식을 자극하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그린란드인의 꾸준한 요구 끝에 1979년 5월 1일 덴마크 의회는 외교와 국방을 제외한 내정 권한을 그린란드 자치 정부에 이양했다. 30년 뒤인 2009년 6월 21일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법권과 경찰권, 천연자원 관리권까지 넘겨받는 '확대 자치' 시대를 열었다.

이 자치법에는 그린란드가 주민투표를 통해 완전한 독립을 결정할 수 있다는 조항까지 포함됐다. 법적으로 독립을 향한 길이 열린 것이다.

이유 있는 美 집착…북극항로 길목 자리한 희토류 천국

4500년 동안 주인이 수없이 바뀐 그린란드는 이제 또다른 역사적 기로에 서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그린란드에 집착하기 시작하면서다.

미국은 그린란드가 가진 압도적인 군사·전략적 가치에 주목한다. 미군 최북단 기지인 피투피크 군사기지는 러시아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가장 먼저 탐지하는 조기경보시스템의 핵심이다.

이 기지에서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까지의 거리는 4400㎞로 미국 본토 기지보다 절반 가까이 짧아 유사시 신속한 군사 지원이 가능하다.

막대한 양의 천연자원도 미국의 구미를 당겼다.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그 아래 묻혀 있던 희토류와 석유, 천연가스, 우라늄 등 천문학적 가치의 자원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부친이 매입하겠다는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방문했다. 2025.01.07/ ⓒ AFP=뉴스1

특히 희토류 매장량은 약 3610만 톤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세계 1위인 중국(약 4400만 톤)에 버금가는 규모다. 희토류 공급망을 독점하며 자원 무기화를 노리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으로서는 반드시 확보하고 싶은 전략 자산이다.

기후변화가 열어준 새로운 바닷길, 북극 항로의 길목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도 주목 요소다. 그린란드는 미래 물류 허브로서 잠재력이 무한하며, '빙상 실크로드'를 내세워 북극 진출을 노리는 중국을 견제할 핵심 거점이 될 수 있다.

사실 그린란드에 대한 미국의 관심은 처음이 아니다. 1867년 알래스카 매입 당시부터 검토 대상이었고, 1946년 해리 트루먼 당시 행정부는 1억 달러에 공식 매입을 제안하기도 했다. 2차 대전 중 나치 독일에 점령된 덴마크를 대신해 미국이 그린란드를 잠시 보호 통치한 이력도 있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여기서 더 나아가 그린란드의 독립을 유도한 뒤 미국이 국방과 외교를 책임지는 자유연합협정(COFA)을 맺는 시나리오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의 일방적인 매입 주장에 그린란드와 덴마크는 물론 유럽 동맹국들까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린란드 주민 85%는 지난해 1월 현지 언론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 편입에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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