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나치 부역자" 소설 쓴 역사가, 친척들에게 명예훼손 피소

친척들 "명백히 식별 가능…작가 원한 스며들어 있어"

세실 데프레리의 첫 소설 '선전가' 영어판 표지. (소셜미디어 엑스 @NewVesselPress)

(서울=뉴스1) 김경민 기자 = 프랑스 역사가가 자신의 가족이 나치에 부역했다는 내용의 소설을 쓴 후 친척들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파리 민사법원에서 7일(현지시간) 프랑스 역사가 세실 데프레리(68)의 명예훼손 첫 공판이 열렸다. 데프레리는 불참했고 데프레리의 변호사만 참석했다. 판결은 오는 3월 내려질 예정이라고 프랑스 현지 매체는 전했다.

데프레리는 어린 시절에 영감을 받아 2023년 프랑스어로 첫 소설 '선전가'(The Propagandist)를 발간했다. 1960년대 파리에서 자란 한 소녀의 시점에서 전개되며 어머니는 1940년부터 1944년까지 나치가 프랑스 일부를 점령했을 당시 "열렬한 부역자"로 묘사된다.

데프레리는 소설 발간 이후 "이건 사실이다. 나는 (나치에) 협력적인 가족에서 자랐다"며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그들은 모두 그랬다"고 말했다.

소설에서 화자의 가족들은 모두 작가의 실제 친척들과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친척들은 명백히 식별이 가능하다며 명예훼손 혐의로 데프레리와 출판사를 고소했다.

친척들은 고소장에서 "화자의 어머니는 작가 자신의 어머니에게서 영감받았다"며 할아버지의 남자 형제와 할머니의 이복동생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또한 "대상 인물들에 대한 작가의 원한이 작품 전체에 스며들어 있다"며 "소설은 진정한 가족 복수 행위로 구상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작가가 "완전한 악의"로 행동했으며 친척들이 나치와 협력했다는 건 "증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데프레리는 프랑스 텔레비전에서 "내가 영감을 받을 수 있었던 주인공들 대부분은 사망했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가 있다"며 "허구는 한 시대, 과거 및 역사와의 관계를 설명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고 반박했다.

또한 무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재판부에 가족의 집 다락방에서 발견한 나치 선전 포스터를 보냈다고 AFP는 전했다.

데프레리의 소설은 지난해 영어판으로 출판돼 큰 인기를 끌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고통스럽지만 우아하게 구성된 부패로 얼룩진 가족 로맨스"라고 극찬했다. 뉴요커는 "깊이 개인적인 속죄 행위"라고 묘사했다.

데프레리의 새 소설 '의심의 딸'(The Daughter of Doubt)은 다음 주 프랑스어로 출간될 예정이다.

km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