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앞바다서 '케이블 절단 혐의' 선박 나포…러시아인 포함 14명 검거(종합)

'제2의 이글S호' 사건 되나…닻 끌며 항해하던 화물선 '피트버그'호 현장서 덜미
과거 재판서 '관할권 없음' 무죄 선고…'하이브리드 전쟁' 대응 시험대 올라

마르쿠 하시넨 핀란드 국경수비대장이 31일(현지시간) 핀란드만에서 해저 통신케이블을 절단하려 한 혐의로 화물선 피트버그호를 나포한 사건을 브리핑하고 있다. 2025.12.31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권영미 기자 = 핀란드 당국이 31일(현지시간) 핀란드만 해상에서 해저 통신케이블을 손상하려 한 혐의로 화물선 '피트버그'(Fitburg)호를 나포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핀란드 경찰은 통신방해 및 가중 사보타주(파괴 공작) 혐의로 러시아·조지아·카자흐스탄·아제르바이잔 국적 선원 14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나포 과정에서는 핀란드 국경수비대 헬리콥터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헬기는 피트버그호가 닻을 바다에 내린 채로 이동하는 비정상적인 모습을 포착하고 즉시 출동해 선박을 멈춰 세웠다.

발트해 해저 기반 시설을 겨냥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4년 말부터 핀란드·독일·에스토니아를 잇는 통신·전력 케이블이 여러 차례 끊어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들은 러시아가 서방 제재를 피하기 위해 운영하는 이른바 '그림자 함대' 소속 유조선들의 소행으로 의심받았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2024년 12월 발생한 이글S호 사건이다. 러시아와 연계된 유조선 이글S호가 닻을 끌며 항해해 약 6000만 유로(약 1017억 원) 규모 피해를 냈지만 핀란드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의 발목을 잡은 건 국제해양법의 한계였다. 핀란드 법원은 사건이 공해상에서 발생한 '항해 중 사고'에 해당하며 선박이 등록된 국가(쿡제도)나 선원들의 모국에 재판 관할권이 있다고 판단했다. 고의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도 무죄 판결의 주요 원인이었다.

서방 정보당국은 이런 사건들을 단순 사고가 아닌 러시아의 '하이브리드전'으로 보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발트해 해상 경계를 강화하는 '발틱 센트리' 작전을 개시하는 등 대응에 나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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