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아, 새해 유로화 도입…정국 혼란 속 21번째 유로존 가입
도입 과정서 물가상승·주권침해 논란 불거져
- 이정환 기자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최근 대규모 반정부시위를 겪었던 불가리아가 내년부터 유로화를 공식 채택해 유로존의 21번째 회원국이 된다.
로이터, AFP통신 등에 따르면 내년 1월 1일 자정부터 불가리아는 자국 화폐 레프 사용을 종료하고 유로화를 도입한다. 불가리아의 유로존 가입으로 유럽에서 유로화 사용 인구는 3억 5000만 명 이상으로 늘어난다.
이날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에서는 유로화를 구하기 위해 불가리아 중앙은행과 여러 환전소 밖에 시민들이 줄을 서고, 시내 상점들이 상품 가격을 레프와 유로로 병기하는 등 유로화 도입 준비에 나섰다.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겪은 뒤 퇴임을 앞둔 로센 젤랴즈코프 불가리아 총리는 30일 자신의 내각이 중요한 업적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젤랴즈코프 총리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1130억 유로(약 191조 9000억 원)와 경제성장률 3% 이상을 기록하며 유럽연합(EU) 상위 5개국에 이름을 올렸다"고 말했다.
또 "3.6%에 달하는 불가리아의 높은 물가상승률은 구매력 증대, 부패 감소와 연관된 것으로 유로화 도입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젤랴즈코프 총리의 이러한 항변은 유로화 도입을 둘러싼 불가리아 내 의견 불일치 때문이다.
2007년 EU에 가입한 불가리아의 역대 정부는 계속 유로존 가입을 추진해왔지만, 찬반 논란을 겪어왔다. 최근 유로바로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불가리아인 49%가 단일 통화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반대의 주된 이유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다. 반대 측은 소매업자들이 유로화 전환 과정에서 가격을 '반올림'해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것이라고 반발한다.
또 친러시아 성향 정치인들은 유로화 도입이 국가주권 침해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유로화 도입으로 EU가 휴면 은행계좌를 압류하거나 디지털 유로화로 국민을 통제할 수 있다는 등의 허위 정보도 유포됐다.
최근 젤랴즈코프 총리를 사임하게 한 Z세대 주도 대규모 반정부시위도 유로화 도입 과정에서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찬성 측은 물가 인상 주장은 근거가 없다며, 유로화 도입으로 무역과 투자가 활성화되면서 경제성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와이너리 소유주 나탈리아 가제바는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로화로 환전하고 다시 레프화로 환산해 송장을 발행하는 모든 과정이 없어진다는 점"이라며 유로화 도입을 반겼다.
여론조사기관 알파 리서치의 보랴나 디미트로바는 정치적 불안정이 국가를 뒤흔들고 있는 상황에서 유로화 도입에 문제가 생기면 이를 빌미로 반(反)EU 성향 정치인들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jw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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