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금고실 벽 정확히 뚫었다"…영화처럼 500억 털린 獨은행

크리스마스 연휴 주말 노려 범행…개인금고 3200여개 피해

29일(현지시간) 독일 서부 겔젠키르헨에서 촬영돼 겔젠키르헨 경찰이 배포한 이 사진은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 도둑들이 침입해 슈파르카세 은행 지점 금고 벽에 커다란 구멍을 낸 모습을 보여준다. 2025.12.29. ⓒ AFP=뉴스1 ⓒ News1 이정환 기자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크리스마스 연휴를 틈타 독일의 한 은행에서 3000만 유로(약 508억 원)의 금품이 도난당했다. 도둑들은 은행의 지하 금고실 벽을 뚫고 침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AFP, dpa통신 등에 따르면 30일(현지시간) 독일 경찰은 서부 겔젠키르헨에 위치한 슈파르카세 저축은행의 금고가 털려 약 3000만 유로의 금품이 도난당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도둑들은 지난 주말(27~28일) 지하 금고실과 벽을 마주한 주차장 쪽에서 드릴로 구멍을 뚫어 벽을 부수고 금고실에 침입했다. 이들은 주말 내내 금고실 내부에서 시간을 보내며 개인 금고를 부수고 금품을 훔친 것으로 추정된다.

CCTV 영상에서는 금고털이를 마친 다음 날(29일) 새벽 복면을 쓴 일당이 검은색 아우디 차를 타고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도난 사실은 은행에 화재경보가 울려 출동한 긴급구조대가 금고실에 뚫린 구멍을 발견하면서 드러났다.

경찰 대변인은 도난 사건을 범죄영화 '오션스 일레븐'에 비유하며 "매우 전문적으로 실행됐다"고 밝혔다. 이어 "계획과 실행에 엄청난 사전지식이나 막대한 범죄적 에너지가 동원됐음이 틀림없다"고 AFP통신에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약 3200개의 개인 금고가 열렸고 고객 2500명이 피해를 봤다. 은행 측은 고객 금고 중 95%가 강제로 열렸다고 밝혔다.

도난 사건이 알려지면서 해당 은행에 재산을 맡긴 고객 약 200명이 은행지점 입구에 모여 해명을 요구하는 일이 있었다. 흥분한 고객들이 내부에 강제로 들어가려고 하면서 경찰은 해당 지점을 폐쇄해야 했다.

은행에 따르면 각 금고의 내용물은 최대 1만 300유로(약 1740만 원)까지 보험이 적용되며, 고객들에게는 서면으로 피해 사실이 개별 통보될 예정이다. 그러나 일부 피해자들은 손실액이 보험 상한액을 훨씬 초과한다고 호소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현재까지 범인들은 붙잡히지 않은 상황이다. dpa통신은 "현대 독일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은행 도난사건으로 기록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