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20개항 새로운 평화안 공개…영토·원전 여전히 난제
미국과 공동으로 마련한 수정 평화안…돈바스 자유경제구역 설정
러 점령 자포리자 원전 통제권 이견…러측 입장 완강해 난관 예상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과 공동으로 마련한 20개항 평화안을 전격 공개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측은 동부 돈바스 지역의 비무장지대 설치에 동의하며 양보 가능성을 내비쳤으나 러시아 측은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해 협상에 난관이 예상된다.
이번 평화안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특사들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오가며 조율한 결과물이다. 지난달 공개됐던 28개항 초안이 러시아에 지나치게 유리하다는 비판을 받은 뒤 우크라이나와 유럽 입장을 대폭 반영해 수정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키이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이 이 초안을 러시아 측에 전달했으며 러시아 측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수정 평화안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평시 80만 명의 군 병력을 유지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집단방위 조항인 5조에 준하는 강력한 안보 보장을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받게 된다.
또 구체적인 날짜를 명시한 유럽연합(EU) 가입과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약 8000억 달러(1159조 원) 규모 재건 기금 조성 등 파격적인 경제 지원도 약속받았다. 모든 전쟁 포로와 억류된 민간인을 교환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가장 큰 쟁점은 영토 문제다. 미국과 러시아가 초안을 잡았던 이전 안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이 현재 점령 중인 도네츠크 지역에서 철수해 '중립 비무장 지대'로 만드는 방안이 제시됐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점령하지도 못한 땅을 일방적으로 양도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제안한 타협안은 우크라이나군뿐만 아니라 러시아군도 해당 지역에서 동시 철수해 비무장 지대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구역은 국제군이 감독하는 버퍼존(완충 지대)으로 분리되게 한다.
유럽 최대 규모 원자력발전소인 자포리자 원전의 통제권도 핵심 난제다. 미국은 미국과 우크라이나, 러시아가 발전소를 공동 관리하고 수익을 나누는 안을 제시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적국인 러시아와 상업활동을 함께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대신 우크라이나와 미국이 50대 50으로 공동 운영하고 미국이 자국 지분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알아서 결정하라는 역제안을 내놨다.
우크라이나의 이 같은 제안에 러시아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러시아는 이 계획을 최종안이 아닌 협상의 시작점으로 보는 입장이다.
크렘린궁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영구 금지와 중립국 지위 보장, 대러시아 제재 전면 해제, 서방에 동결된 러시아 자산 반환 등이 평화안에 명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에도 돈바스 전역을 무력으로 차지하겠다는 기존 목표를 재확인한 바 있어 우크라이나의 타협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결국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공들여 만든 평화안의 공은 러시아로 넘어갔지만 양측의 입장 차가 워낙 커 실제 합의까지는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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