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째 겨울' 우크라 에너지 위기 심각…러, 전력망 집중 공습

11월 한달 드론·미사일 5000발 에너지시설 강타…외부전력 의존 오데사 피해 극심
기본 생활도 힘들어지는 주민들…"추위 덜덜 떨어도 러 치하보단 낫다"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오데사에서 러시아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으로 에너지 시설이 파괴돼 정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 주택 앞에 발전기가 놓여 있고 크리스마스 트리가 장식돼 있다.2025.12.22.ⓒ AFP=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우크라이나가 전면전 4번째 겨울을 맞아 가장 심각한 에너지 위기에 직면했다. 러시아의 대규모 공습으로 오데사와 키이우 등 주요 도시가 장기간 정전에 빠지며 주민들은 난방과 수도, 기본 생활조차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해보다 훨씬 많은 드론과 미사일을 투입해 우크라이나 전력망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11월 한 달 동안만 장거리 드론과 미사일 5000여 발이 발사됐으며 상당수가 에너지 시설을 겨냥했다. 특히 장거리 샤헤드형 드론은 속도와 고도가 향상돼 방공망이 격추하기 어려워졌다. 원자력·석탄·수력·열 발전소가 모두 손상됐고, 발전 능력은 크게 줄었다.

오데사는 이번 겨울 가장 큰 피해를 본 도시다. 항구에서는 전력 부족으로 내리지 못한 화물이 부패하고, 주민 수천 명이 나흘간 완전 정전을 겪었다. 수도와 난방이 끊겨 요리와 세탁, 샤워가 불가능해졌다. 주민들은 지하 발전기를 이용해 휴대전화 충전이나 최소한의 전력을 확보하며 버티고 있다.

러시아 점령지 마리우폴에서 이주한 나탈리아 바흐타르는 그래도 "전기 없는 생활은 힘들지만, 점령지에서 살던 것보다 낫다"며 "우크라이나에서 가족과 함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13일(현지시간) 러시아 남부 도시 오데사가 러시아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으로 에너지 시설이 파괴된 뒤 일부 지역이 정전됐다. 2025.12.13.ⓒ AFP=뉴스1

에너지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전국적 마비를 노리기보다는 지역별 불안정을 조성하려 한다고 분석한다. 에너지부 미콜라 콜리스니크 차관은 "한 시설이 하룻밤 사이 드론과 미사일 50기에 공격당하기도 한다"며 "전국을 암흑으로 만들 수는 없지만 지역별 혼란을 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키이우 에너지산업연구센터의 올렉산드르 하르첸코는 오데사가 자체 발전량이 적어 외부 전력에 의존하기 때문에 특히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정전 속에서도 주민들은 서로 의지하며 겨울을 버티고 있다. 오데사 건설 노동자 올레흐 카린은 아홉 층 아파트를 걸어 올라가며 물을 길어 나르고, 11살 막내아들은 레고로 탱크와 비행기를 만들며 시간을 보낸다.

그는 "아이들은 누가 이런 짓을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며 눈물을 글썽이면서도 "전기가 없으면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한다. 크리스마스 트리도 장식했고, 함께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나름대로 낭만적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최대 민영 에너지 기업인 DTEK의 최고경영자 막심 팀첸코는 "이번 겨울은 러시아의 침공 이후 가장 힘든 겨울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원자력발전소 한 곳과 여러 석탄 발전소를 장악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달 초 러시아의 공격으로 피해를 당하지 않은 발전소가 단 한 곳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