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400년 편지배달 서비스 종료…'빨간 우체통' 역사 속으로

국가 디지털ID 보편화로 온라인 수령 대세…편지발송량 90% 급감

(출처=위키미디어 커먼스)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오는 30일 덴마크가 400년 동안 이어온 편지 배달 서비스를 종료한다.

21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스웨덴과 덴마크의 우편 서비스를 담당하는 합작회사 포스트노르드는 덴마크 사회의 "디지털화 심화"를 이유로 덴마크에서 편지 배달을 중단하고 1500개의 빨간색 우체통을 철거한다고 밝혔다.

포스트노르드는 덴마크가 "세계에서 가장 디지털화된 국가"라며 온라인 쇼핑으로 수요가 증가한 소포 서비스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포스트노르드는 스웨덴에서 편지 배달을 계속한다.

거리에 배치된 빨간 우체통은 이미 철거돼 판매되고 있다. 이달 초 매물로 나온 철거 우체통 1000개 중 상태가 좋은 것은 개당 2000덴마크크로네(약 46만 원)에 판매됐다. 200개가 추가로 내년 1월 경매에 부쳐질 예정이다.

사용되지 않은 덴마크 우표는 한시적으로 환불받을 수 있다고 포스트노르드는 밝혔다.

다만 덴마크에서 편지 배달이 불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 편지를 보낼 수 있는 선택지를 보장해야 하는 덴마크 법에 따라 민간 배송업체 다오가 내년부터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덴마크 교통부 관계자는 이용자들이 다른 회사를 이용해야 할 뿐 여전히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번 변화는 순전히 "감상의 영역"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코펜하겐 우편 박물관 에니그마 관장 마그누스 레스토프테는 "다시 물리적인 우편 시스템으로 돌아가기는 매우 어렵다.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디지털화된 국가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번 조치가 되돌릴 수 없는 종결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덴마크에서는 온라인뱅킹, 진료 예약, 정부 통지문 수령 등이 국가 디지털ID 시스템 '미트아이디'(MitID)를 통해 온라인으로 이뤄진다. 15세 이상 덴마크 인구 97%가 미트아이디를 등록했다. 이에 1624년부터 편지 배달이 시작된 덴마크에서 편지 발송량은 지난 25년 동안 90% 이상 급감했다.

올해 초 이러한 결정을 발표한 포스트노르드 덴마크의 킴 페데르센 부사장은 "우리 역사의 한 부분에 매듭을 짓는 것은 어려운 결정이었다"면서도 "덴마크인들이 점점 더 디지털화되면서 오늘날 남은 편지가 거의 없고, 감소세가 워낙 뚜렷해 우편 시장은 더 이상 수익성이 없다"고 밝혔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