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내연기관차 2035년 금지' 철회한다…업계 요구 수용"

FT "일정 요건 충족시 휘발유·디젤 차량 일정 규모 생산 허용"
프랑스·스페인은 "규정 유지해야"…"기후 리더십 잃는다" 우려도

파리 순환도로의 새로운 카풀 전용차로를 알리는 표지판을 지나가는 차량들의 모습. 2025년 3월 6일 파리에서 촬영된 사진.2025.03.06.ⓒ AFP=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유럽연합(EU)이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신차 판매를 전면 금지하기로 한 규정을 철회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동차 제조사들은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휘발유·디젤 차량을 제한적으로 계속 생산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15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당초 EU는 2035년까지 모든 내연기관차 생산을 '제로'로 만드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EU 집행위원회가 이날 제시할 개정안에는 2021년 배출량의 10% 수준까지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에 참여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차량 생산에 친환경 강철을 사용하는 등의 조건이 검토되고 있으며, 2035년부터 금지될 예정이던 '레인지 익스텐더(보조 연료 엔진)' 장착도 허용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세부 조건은 여전히 논의 중이며, 법 개정에는 EU 회원국과 유럽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내연기관차 금지는 EU 그린딜의 핵심 정책으로 여겨졌지만,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 보급 속도와 충전 인프라 부족을 이유로 강하게 반대해 왔다.

특히 유력 완성차 업체들을 두고 있는 독일과 이탈리아 등이 과도한 탄소중립 속도를 비판하며 속도 조절을 주장해 왔다. 독일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는 "2035년 이후에도 전 세계에는 수백만 대의 내연기관차가 존재할 것"이라며 완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EU의 움직임은 영국 정부에도 압박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노동당 정부는 2035년부터 판매되는 모든 신차를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기존 계획을 유지하겠다고 밝혀왔다.

반면 스페인과 프랑스는 이 규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두 나라는 지난해 공동 문서에서 "유럽 자동차 산업의 미래는 전기차"라며 정책 후퇴에 반대했다. 다만 유럽산 소재를 사용한 차량에 '슈퍼 크레딧'을 부여하는 등 보완책을 주장했다.

이번 논의는 업계의 압박으로 예정보다 앞당겨 진행됐다. EU 집행위는 협상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

한편 EU 내 전기차 판매는 올해 1~10월 기준 26% 증가해 신차 시장의 16%를 차지했다. 유럽과 중국 제조사들의 저가 모델 출시가 성장을 이끌었다.

환경단체들은 내연기관차 금지 철회가 중국과의 전기차 격차를 더 벌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브뤼셀에 위치한 싱크탱크 브뤼겔은 "금지 철회는 유럽의 기후 리더십을 훼손하는 실책"이라고 지적했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