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전 외교 책임자, 11억원 규모 대학 계약 부정 입찰 혐의 기소

2019년 8월 5일 베트남 하노이 정부 영빈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페데리카 모게리니 당시 유럽연합(EU) 외교정책 책임자.<자료사진>ⓒ AFP=뉴스1
2019년 8월 5일 베트남 하노이 정부 영빈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페데리카 모게리니 당시 유럽연합(EU) 외교정책 책임자.<자료사진>ⓒ AFP=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유럽연합(EU) 전 외교정책 책임자 페데리카 모게리니가 ‘사기와 부패’ 혐의로 기소됐다. 벨기에 검찰은 모게리니와 함께 두 명의 고위 인사가 유럽 외교관 양성 프로그램 계약과 관련해 수사 대상에 올랐다고 3일(현지시간) 밝혔다.

AFP통신에 따르면 모게리니는 2014~2019년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를 지냈으며, 현재 벨기에 브뤼헤에 있는 유럽대학원(College of Europe)을 이끌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그는 지난 2일 학교와 EU 외교 서비스(EEAS) 본부에 대한 압수수색 이후 체포됐다. 함께 구속된 인물은 이 대학원 부총장과 2021~2024년 EEAS 사무총장을 지낸 EU 고위 관료 스테파노 사니노다.

유럽검찰청(EPPO)은 세 사람에게 조달 사기, 부패, 이해충돌, 직무상 비밀 위반 혐의를 공식 통보했다고 밝혔다. 세 사람은 도주 우려가 없다고 판단돼 하룻밤 만에 석방됐다.

수사는 EU가 자금을 지원한 ‘EU 외교 아카데미’ 프로그램과 관련돼 있다. 이 사업은 2021~2022년 EEAS가 유럽대학원에 맡겼으며, 입찰 과정이 특정 학교에 유리하게 진행됐는지가 쟁점이다. 계약 규모는 약 65만 유로(약 11억1200만원)에 달한다.

모게리니는 2020년부터 유럽대학원을 이끌고 있으며, 2022년에는 EU 외교 아카데미 책임자도 겸직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유럽대학원은 항상 최고 수준의 청렴성과 공정성을 지켜왔다”며 “사법 시스템을 신뢰하며 학교의 행위가 올바르게 평가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사니노는 최근 EU 지중해 담당 국장을 맡고 있었으나 이번 사건 이후 자리에서 물러나 이달 말 은퇴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동료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사법 당국의 조사에 신뢰를 갖고 있으며 모든 것이 명확히 밝혀질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