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럽 패싱' 계속…푸틴에 특사 보내고 나토 회의는 격하

루비오 대신 부장관이 2~3일 나토 외교장관 회의 참석
WSJ "美·유럽 우선순위 불일치…나토 동맹 흔들려"

8월 알래스카 정상회담을 위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25.08.15.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지예 객원기자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특사가 우크라이나 종전 논의를 위해 러시아를 방문하는 사이 미 국무장관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외교장관 회의에 불참한다.

미 국무부는 1일(현지시간) 크리스토퍼 랜도 부장관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대신 오는 2~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나토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랜도 부장관이 방문 기간 동맹의 방위 투자 증대 및 (6월) 헤이그 정상회의 약속의 전면 이행을 포함한 나토 동맹의 안보 우선순위를 논의한다"고 설명했다.

또 "브뤼셀에서 미국 기업들을 만나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재균형 및 유럽 내 미국 투자·수출을 위한 긍정적인 기업 환경 조성이라는 우선순위를 증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같은 기간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백악관 특사는 우크라이나 종전안을 들고 모스크바에 들어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일 오후 위트코프 특사와 회담할 예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우크라이나 평화 노력이 대서양 동맹을 뒤흔들고 있다"며 "나토는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서구 통합의 기반이었지만 이번 주 미국의 헌신 여부에 대한 유럽의 의구심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위트코프 특사는 올해만 6번째 모스크바를 방문했지만 우크라이나를 다녀온 적은 없다. 미국 외교사령탑의 나토 외교장관 회의 불참은 미국이 중동 평화 구축에 집중하던 1999년 이후 처음이다.

WSJ은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이 한창인 상황에서 루비오 장관의 나토 외교장관 회의 불참은 유럽 지도자들 사이 미국과 유럽의 우선순위가 일치하는지 의문을 제기한다"고 진단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안전보장을 대가로 동부 돈바스를 완전히 포기한다는 내용의 종전안을 10월 말 합의했다. 미러는 종전 이후 양국 간 광범위한 경제 협력 추진을 명시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11월 미국과 협의를 통해 내용을 다듬긴 했지만 현 종전 계획은 사실상 러시아에 유리하다는 게 중론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서구 동맹보다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에 더 관심을 쏟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한 프랑스 관료는 유럽국들이 없었다면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진즉 종전을 합의했을 것이라고 WSJ에 말했다. 그는 "미국이 이 지역에서 손떼면서 유럽이 고립되고 있다. 유럽이 스스로 강해져야 한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ez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