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드론 압도적 우위는 옛말…격전지서 러 드론에 밀려

WSJ 분석…러 특수부대 루비콘, 광섬유 드론으로 후방 초토화
전술적 균형 붕괴에 외교적 입지까지 악화

우크라이나 드론병 ⓒ 로이터=뉴스1 ⓒ News1 박은정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우크라이나가 4년 가까이 지켜 온 '드론 강국'의 명성이 흔들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가 올가을을 기점으로 드론 운용 능력과 전술을 대폭 가선하면서 소형 드론 분야 주도권을 장악하기 시작했다고 29일(현지시간) 전했다.

소형 드론은 현대전의 가장 치명적인 무기로 꼽힌다.

최근 우크라이나군 대위 스타니슬라우 다르카치는 동료 3명과 최전선에서 30㎞ 이상 떨어진 후방 보급로를 차량으로 이동하던 도중 러시아의 '몰니야' 드론 공격을 받았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비교적 안전했던 후방 지역이 언제든 드론의 표적이 되는 위험지대로 변한 것이다. 발레리 잘루즈니 주영 우크라이나 대사는 최근 기고문에서 "안전한 후방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러시아의 새로운 특수부대 '루비콘'이 있다. 2024년 창설된 이 부대는 러시아 최고의 드론 조종사들을 모아 우크라이나의 군수 물류망을 집중적으로 타격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특히 긴 케이블로 조종사와 연결돼 전파 교란을 피할 수 있는 '광섬유 드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우크라이나의 방어망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이들의 주목표는 최전선 보병이 아니라 20㎞ 이상 떨어진 후방 보급부대와 드론 조종사들이다.

러시아의 새로운 전술은 주요 격전지에서 즉각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의 격전지 포크로우스크에서는 러시아 드론이 우크라이나 드론에 비해 최대 10대 1에 달하는 수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러시아는 자폭 드론 '란셋' 외에도 소형 일인칭 시점(FPV) 드론 2~3기를 탑재하고 비행하는 '몰니야' 모선 드론을 투입해 우크라이나군 후방에서 기습 공격을 가하는 등 전술을 다변화하고 있다.

상황이 악화하자 우크라이나군은 차량 이동을 포기하고 마지막 15㎞ 구간을 도보로 이동하며 물자를 나르는 실정이다.

우크라이나군 429드론연대 지휘관 유리 페도멘코는 "러시아 드론이 전선을 향해 날아오면 우리 드론이라고 생각하기 쉽다"며 "매우 까다로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우크라이나 역시 모선 드론을 보유하고는 있지만 러시아의 물량 공세에 밀리는 형국이다. 우크라이나 제2군단 무인 시스템 책임자는 "러시아의 우위는 기술이 아닌 규모에 있다"고 지적했다.

자원 부족 문제는 우크라이나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요인이다. 특히 광섬유 드론의 핵심 부품인 광섬유 케이블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페도렌코는 "러시아는 중국으로부터 막대한 양의 광섬유 케이블을 공급받고 있으나 우크라이나는 서방으로부터 이를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며 "불행하게도 이 문제에서는 미국과 유럽을 합친 것보다 중국이 러시아의 더 강력한 동맹"이라고 말했다.

드론전에서의 우위 상실은 우크라이나의 외교적 입지마저 흔들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지속할 수 없으니 러시아에 유리한 조건이라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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