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증세 없다던 英 노동당 정부, 과세 기준 동결로 '스텔스 세금'

보수당처럼 소득세 과표 기준 동결 연장…가계 부담 증가

영국 재무장관의 전통적 상징인 빨간색 예산안 가방을 들어보이는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 2025.11.26.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지예 객원기자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영국 노동당 정부가 26일(현지시간) 소득세 과표 기준 동결을 담은 예산안을 발표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스텔스 세금'(Stealth tax)으로 서민 증세를 하지 않겠다던 공약을 저버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레이철 리브스 영국 재무장이 이날 공개한 가을 예산안은 소득세 부과 기준 구간을 2031년까지 3년 추가로 동결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해당 기준은 보수당 집권 시기인 2022년부터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현재 영국의 개인 소득 공제액은 1만2570파운드(약 2400만원)다. 초과 소득에 대해선 1만2571~5만270파운드 구간은 20%, 5만271~12만5140파운드 사이는 40% 세금을 부과한다.

리브스 장관은 "솔직해지겠다. (원래 예정 기간이던) 2028년에서 조금 더 길게 동결하는 것으로 당연히 비용이 따른다. 하지만 결국 근로자들의 주머니에 돈을 넣어주는 조치"라고 말했다. 그는 "일하는 사람들이 '약간 더' 내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노동당 정부가 작년 7월 집권 직후 과세 기준 동결을 멈추겠다고 한 약속을 깬 것으로, 세율 인상 없이 실제로는 더 많은 세금을 걷는 스텔스 증세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과세 기준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맞춰 조정되지 않으면 임금이 약간만 올라도 더 높은 세율 구간으로 끌려들어 간다. 경제학에서 '재정 견인(fiscal drag)'이라고 부르는 현상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런 식의 세금 부담은 앞으로 10년에 걸쳐 가계 재정에 큰 압박을 가할 것"이라며 "보수당이 증세에 따른 반발을 피하려 사용하던 전략을 노동당이 그대로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정부는 재정 균형을 위한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리브스 장관은 세수 확대를 위한 고급 부동산 보유세 도입, 배당금·저축 소득세 인상, 급여 삭감형 연금제도에 대한 세제 혜택 축소 등도 발표했다.

ez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