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중국 겨냥 외국인직접투자 규정 강화…한국도 영향권
단순 시장진입은 옛말…기술이전·현지채용 등 조건 걸어
'유럽 가치사슬 기여' 인정받아야…배터리·수소 등 첨단산업 정조준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유럽연합(EU)이 중국을 겨냥해 외국인직접투자(FDI) 규정을 대폭 강화한다.
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내달 10일 외국 기업이 EU에 투자할 때 현지 노동자 고용과 핵심 기술 이전을 의무화하는 새로운 규정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는 EU의 개방된 시장을 발판 삼아 성장하면서도 기술 공유나 현지 고용에는 인색했던 중국 기업들의 관행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스테판 세주르네 EU 산업 담당 집행위원은 FT 인터뷰에서 "외국인 투자가 단순히 해외에서 조립된 부품의 최종 종착지가 돼서는 안 된다"며 "유럽 전체 가치사슬의 기능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처는 침체된 유럽 산업을 되살리기 위한 행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중국 관세 정책 여파로 값싼 중국산 제품이 EU로 밀려들면서 철강과 화학 등 기존 산업이 고사 위기에 처한 상황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또 중국 기업의 대규모 유럽 투자가 시진핑 주석의 지정학적 영향력 확대를 위한 수단이자 향후 EU의 추가 관세를 피하려는 우회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EU 집행위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중국의 EU 직접 투자액은 94억 유로(약 16조 원)로 전년 대비 80%나 급증했다.
특히 중국 배터리 업체 CATL은 독일에 이어 헝가리에 70억 유로, 스페인어 40억 유로 규모 공장을 건설 중인데, 스페인 공장의 경우 건설 인력 2000명을 중국에서 데려오려 해 논란이 됐다.
공장 운영에는 스페인 노동자 3000명을 고용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핵심 기술은 공유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EU의 규제는 전기차 배터리뿐 아니라 수소 에너지 분야에도 적용될 전망이다. 산업 단체 '하이드로젠 유럽'의 로랑 동셀 국장은 FT에 "현재 중국 기업들이 수소 분야가 얼마나 관여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며 EU 자금을 지원받는 프로젝트는 중국산 부품 비중을 25% 이하로 제한하는 규정이 손쉽게 우회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세주르네 EU 집행위원은 "현지 생산 부품(local content)의 정의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이번 규제 강화는 EU 회원국 간의 과도한 투자 유치 경쟁을 막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틴 셰베냐 중앙유럽아시아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새로운 규칙이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벌어지던 '바닥을 향한 경쟁'을 상당 부분 줄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규정 강화가 전통적으로 유럽 기업과 강한 유대를 맺어 온 한국과 일본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관해 EU 관계자는 "한국과 일본 기업들은 (중국 기업보다) EU의 규정을 준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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